보수의 텃밭으로 알려진 파주지역의 새누리당 정서가 대북전단 살포저지 홍역을 치르면서 '마냥 새누리당이냐?'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과정에서 보여준 새누리당의 무대응 행태에 실망한 접경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분노가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는 지난달 25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으나 주민과 상인·시민단체의 강력한 저지에 막혀 무산됐다. 주민들은 농사용 트랙터를 동원하고 상인과 시민단체는 온몸으로 전단 살포를 막았다. 이날 하루 종일 계속된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 시도를 저지한 사람은 경찰도, 공무원도 아닌 주민들이었다.

임진각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도 지역 국회의원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 도·시의원도 어느 한사람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리 중앙정치를 주무르고 있다하더라도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은 지역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더군다나 파주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이재홍 시장은 예고된 전단살포 하루전 해외 출장까지 떠났다. 당동산업단지내 입주기업의 고위층을 만나 향후 투자유치 등을 협의하고, 자매도시 행사에 참석해 우호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게 목적이다.

파주시는 행정 공백과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북전단 관련 위기대응 추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물리적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시장의 외유는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술 더 떠 파주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북전단 살포저지 촉구 결의안'을 수적 우세를 앞세워 부결시키고, 효과 자체가 의심스러운 성명서로 대체했다. 젊은 시의원의 성추행 의혹도 부정적 정서에 한 몫하고 있다. 요 며칠 사이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시장, 도·시의원들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과연 파주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지켜 줄 것인지?'를 정치권에 묻고 있다. 총선은 앞으로 1년반.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은 또다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조를 것인가?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지역 정치권은 다시 한번 '위민정치'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