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 오전 11시 19분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지하철 분당선 수원시청역 사거리 횡단보도 위 공동구 연결통로에 빠진 보행자를 소방 관계자들이 구조하고 있다. /경기도소방본부 제공 |
콜센터 사고전에 신고받고도
市에만 통보 警·소방서 제외
안전불감증이 자초한 '人災'
성남 판교에서 환풍구 붕괴사고로 16명이 사망한지 20일도 안된 5일 오전 수원 도심 한복판에서 공동구 관리 부실로 길을 가던 40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철공사를 하던 현대건설측이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철판 덮개를 공사 편의를 위해 3등분하는 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기도 민원콜센터 역시 사고 발생 직전에 '철판 덮개가 열려있어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도 지자체에만 통보했을 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경찰과 소방서에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수원시, 현대건설 등에 따르면 분당선 5공구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지난달 23일 사고 지점인 수원시 인계동 갤러리아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 400㎏짜리 1개로 설치돼 있던 공동구 철판 덮개를 3등분한 뒤 공사를 벌였다.
이 철판 뚜껑은 인근 도로 하부공간에 매설돼 있는 전기선과 수도관, 가스관을 보수할 때 이용하는 공동구 연결박스 출입구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수원시와 협의없이 철판 덮개를 분리하고도 차량 하중 등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잠금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다.
시는 이같은 사실을 10여일동안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알았다.
사고 대처도 부실했다. 사고현장 인근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임모(26)씨는 이날 오전 11시 19분께 수원시 인계동 갤러리아 사거리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사거리 횡단보도 바닥에 있던 철제 덮개가 열려있어 곧바로 경기도 민원콜센터 120에 신고했다.
임씨는 콜센터 상담사에게 "갤러리아 사거리에 맨홀 뚜껑이 열려있어서 사고가 크게 날 것 같다. 심각하다"며 긴급 복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콜센터는 수원시에만 통보했을 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경찰과 소방서에는 연락하지 않아 긴급 복구할 수 있었던 시간을 놓쳤다.
시 관계자는 "공동구 출입구인 철판 덮개를 변경하려면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하지만 현대건설로부터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동구 시설 유지보수 인력이 출입하기 쉽게 3개로 분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추락사고를 당한 정모(42·여)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대·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