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엄마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어요."

수능을 이틀 앞둔 11일 오후 의왕시 고천동 서울소년원에서 만난 이모(19)군은 수험생의 긴장감보다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군은 나름 최선을 다해 수능준비도 했지만 얼마전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며칠간 잠을 설쳤을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군은 소년원에 들어오기 전 수년간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며 나쁜짓(?)만 해왔던 터라 엄마의 가슴을 까맣게 태워왔다. 그럴 때마다 꾸중만 하던 엄마에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이다. 이군은 13일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열심히 준비했다.

입소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입·대입 검정고시도 잇따라 통과했다. 목표였던 고졸 자격증이 아니라 대학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군은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가 목표다.

이군과 함께 수능을 준비한 문모(19)군 역시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문군은 얼마전부터는 하루 11시간 이상 책과 씨름하고 있다.

이군과 문군을 비롯 서울소년원에 있는 학생 23명과 퇴소생 2명이 소년원내 고봉중고교에서 수능을 치른다. 전국 1천216개 시험장 가운데 유일한 '소년원 시험장'이 된 이 학교는 평소 5명 미만이던 응시생이 올해 25명으로 늘면서 경기도교육청이 공식 시험장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수능 응시생이 늘어난 것은 소년원측의 '초강수' 작전 때문이다. 소년원측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존 소년원내 만연했던 검정고시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들을 모두 퇴실시켰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소년원에서 '검정고시 합격도 못하고 나간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졌고 한두명씩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서울소년원 관계자는 "부정행위 적발로 100%였던 검정고시 합격률이 60%대로 떨어져 불안했지만 목표를 갖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성적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문성호·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