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박·화석연료 등의 소비에 징수한 이른바 '죄악세' 규모가 세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죄악세는 사회공동체에 부정적인 영향(외부불경제)을 주는 물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13일 한국납세자연맹이 국세통계연보와 사행성감독위원회, 자동차공업협회 공개자료 등을 통해 집계한 2012년 죄악세 총 세수는 국민건강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을 포함해 55조2천억원에 달했다.

담뱃세는 6조9천억원으로 단일 품목에 대한 세수로는 가장 많았고, 경마·경륜·복권 등 사행산업계로부터 걷은 세금(5조4천억원)과 주류로부터 걷은 세금(4조4천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자동차를 구매해 등록·보유하면서 운행하는 모든 과정을 통틀어 2012년 한 해 낸 세금을 합친 액수는 38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담배가격에 77%라는 고율의 개별소비세를 국세로 신설하는 법안이 국회를통과하면 담뱃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12년 국세 총수입은 203조원이었다. 세목별로는 부가가치세 55조7천억원, 법인세 45조9천억원, 소득세 45조8천억원 등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죄악세 과세대상 품목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소비하는 역진적 세금"이라면서 "이는 국가가 세금을 징수할 때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공평과세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죄악세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와는 달리 이자·배당소득과 부당산 임대소득 등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연맹이 집계한 수치로는 2012년 한 해 이자·배당소득세는 8조4천억원, 재산세는 9조6천억원, 양도소득세는 8조3천억원, 상속증여세는 4조원, 종합부동산세는 1조3천억원, 부동산임대소득세는 1조2천억원 등이었다. 이를 모두 합쳐도 32조8천억원 수준이다.

죄악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계속되면 세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을 통해 계층 간 불평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서민의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빈부격차를 심화시킬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회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소득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죄악세 세수를 줄이고,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를 늘리는 쪽으로 조세체계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