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측 손실개발 불가입장에
부평구청장까지 '성과 없이'
거주 단칸방서 아파트 옮겨
주민들 "의지 부족" 비판

구청장 "장기전 목적" 해명


오래돼 낡은 집이 많은 인천시 부평구 십정2지구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공사업이 수년째 착공도 못한 채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업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LH인천지역본부와 부평구가 최근들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이 곳곳에 있고 치안이 불안한 동네에 사는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LH인천지역본부는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할 경우 1천300여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 사업의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연내 사업 착공'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수익성만을 앞세운 LH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거주하던 단칸방에서 나와 아파트로 옮긴다는 소식에 주민 불만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홍 구청장은 6·4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3월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올해안에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이 지역에 월세로 단칸방을 얻어 생활했다.

하지만 홍 구청장은 겨울을 맞아 근처의 아파트로 집을 옮기기로 최근 결정했다. 주민 홍모(62) 씨는 "구청장이 사업 진행을 위해 이사를 왔는데도 성과가 전혀 없었다"며 "구청장 의지가 없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십정2지구는 19만3천㎡ 규모에 2천700여 가구, 7천7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빈집이 186가구에 달한다. 이처럼 주거환경개선사업 착공이 불투명한 십정2지구의 주민들은 최근들어 치안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노후주택 밀집지역에선 빈집털이가 극성을 부린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한 집이 60만원 상당의 용접기를 도난당했고, 빈집내 방치돼 있는 수도꼭지, 수도계량기, 보일러기계 등을 훔쳐가는 좀도둑도 많다.

주민 배모(71·여)씨는 "빨래를 널다가도 수상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목격하는데, 괜히 신고했다가 불이라도 지르고 갈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홍 구청장의 이사 소식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계속 추운 곳에 살고 있는데, 결국 선거를 위해 잠깐 왔다간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구청장측은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은 장기전에 돌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부평구가 사업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한편 LH는 주민들이 요구했던 노후·붕괴위험 주택에 대한 '선보상 후철거' 내용에 대해 다음달 말까지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