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前 한전KDN사장 입건
로비 목적 의원출판회 책 구매
직원 동원 쪼개기 방식 후원금
이름 거론 의원 혐의 전면부인

18일 오전 경기·인천지역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출처 불명의 '여의도 통신'(일명 찌라시)에 경인지역 의원 2명(여야 총 4명 거론)이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 KDN'으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정가에 나돌았기 때문이다.

로비방식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는 대가로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때 책 구매와 불법 정치후원금 등 5천여만원이 이들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가 임박했다는 내용과 함께 일명 후원금 쪼개기 또는 여러 사람이 책을 구매해 주는 방식으로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가뜩이나 경인지역 정가에서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불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침체돼 있는데, 이같은 소문이 진실로 드러날 경우 지역 정치권이 또 한차례 술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른 새벽부터 돌기 시작한 입법로비 사건의 실체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자사에 불리한 내용으로 법이 바뀌는 것을 막으려고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하며 로비를 벌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발표는 경찰청 특수수사과 명의로 공개됐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직원 568명에게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에게 1인당 995만∼1천816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김모(58) 전 한전KDN 사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서는 제외됐지만 경인지역의 K, H 의원에게 각각 1천만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2012년 11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매출 절반이 한전에서 나오는 한전KDN으로선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김 전 사장은 즉각 대응팀을 만들어 전 의원 등 야당 2명, 여당 2명 등 4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는 혐의다.

전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나머지 세 의원은 한전KDN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개정 법률은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 말 시행됐다.

그해 말 한전KDN 직원 491명이 10만원씩 전 의원에게 1천280만원을 기부하고 나머지 세 의원들에게도 995만∼1천430만원의 후원금을 입금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다음 주부터 전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실 보좌진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여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은 대가로 법 개정 활동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름이 거론된 경인지역 의원들은 모두 부인했다. 한 의원측은 "이상한 말이 나돌아 후원금 계좌를 살펴보고 있는데 전혀 뜬금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관련법안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경찰에 확인해 보니 나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