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48)씨는 사무실 책상에 수북이 쌓인 고지서 아닌 '고지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로 결혼 청첩장이다.

이번 주말인 22일에만 무려 6개, 이튿날인 일요일에도 2개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

이씨는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주에 청첩장을 8개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다 갈 수는 없지만, 축의금 액수를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고 했다.

21일 한 웨딩업체에 따르면 이씨가 8개의 청첩장을 받은 날인 이번 주말에 이 업체에서 진행하는 결혼식 건수는 지난 주말의 배에 이른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확 줄었던 10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를 생각하면 이번 주말 결혼식이 급증한 셈이다.

이처럼 올해 10월 말∼11월 중순 기간에 결혼이 뜸하다가 이번 주말에 몰린 건 182년 만의 '9월 윤달'(양력 10월 24일∼11월 21일) 때문이다.

세시풍속에서 윤달은 '귀신도 모르는 달'이라 불린다. 윤달에는 어떤 일을 해도 무탈하다는 속설 때문에 주로 조상의 묘를 옮기거나 이사를 하기도 한다.

반면 윤달에는 조상의 음덕을 받지 못해 부부금실이 좋지 않거나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결혼을 꺼린다.

오는 22일은 윤달이 끝난 뒤 맞는 첫 주말인데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결혼식을 피하는 관행이 겹쳐 백년가약을 맺는 부부가 유난히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2일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모(28)씨는 "우리 커플은 윤달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양가 어른들이 '인생에 한 번 있는 결혼인데 굳이 남들이 안 좋다고 하는 날에 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윤달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웨딩업체 관계자는 "이번 주말 결혼식은 1년 전에 예약이 끝났다"며 "윤달에 할인혜택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결혼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