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중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말 그대로 '찔끔' 늘어나는데 그쳤다.

2분기보다 소득과 지출이 다소 늘었고 지출 증가율이 소득을 웃도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완연한 경기 회복세를 보였던 1분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제도 도입에 따라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분배는 다소 개선됐다.

소득이 늘었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에 소비를 주저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의 흑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소득·지출 증가 1분기에 못 미쳐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2분기의 2.8%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경기 회복이 한참 가시화되던 1분기의 5.0%에는 크게 못 미쳤다.

2분기에 가라앉았던 경기가 다소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분별로 보면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이 3.3%, 임대소득 증가로 사업소득이 1.2%, 7월부터 실시한 기초연금 영향으로 이전소득이 4.9% 늘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하면 1.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6천원으로 1년전보다 3.3% 증가했다.

3분기 지출 증가율 역시 소득과 유사하게 2분기(2.9%)보다는 조금 늘었지만 1분기의 4.5%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다만 가계의 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2분기 연속 높아 미약하나마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지출은 2.0% 증가했다.

사회보험료와 비경상조세 등이 포함된 비소비지출은 83만8천원으로 1년전보다 3.7% 증가했다.

◇ 교통비 늘고 담배 지출은 줄어…자동차·부동산 취득세 지출도 ↑

3분기 소비지출을 세부 항목별로 보면 총 12개 지출항목 중 의류·신발, 보건, 교통, 오락·문화, 음식·숙박, 기타 상품·서비스 등 6개 항목은 1년 전보다 지출이 늘었고 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담배, 주거·수도·광열, 가정용품·가사서비스, 통신, 교육 등 나머지 6개 항목은 줄었다.

지출 증가 폭이 가장 큰 항목은 교통으로, 1년 전보다 13.7% 늘어 월평균 35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운송기구 연료비(-2.4%)는 줄었지만 외제차 할인 등으로 자동차 구입이 66.6%나 증가해서다.

기타 상품·서비스(6.7%), 보건(6.1%), 오락·문화(5.6%) 등도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1년 전보다 소비 지출이 가장 크게 줄어든 항목은 월평균 소비 지출 3만원인 주류·담배(-1.4%)였다. 맥주·과일주 등 주류 지출은 1.1% 늘었지만 담배 지출이 3.3% 감소했다.

담배 지출은 2012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지난 9월 담뱃세 인상안 발표에 따른 사재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번 조사 수치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통신(-1.4%) 지출도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통신장비는 168.2% 늘었으나 가입비 할인 등으로 통신서비스가 12.4% 줄어서다.

평생교육 등 기타교육 감소로 줄어든 교육(-1.1%)과 작년보다 서늘한 여름 날씨 탓에 전기료 지출이 적었던 주거·수도·광열(-0.8%) 등도 감소 폭이 큰 편이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의 경우 이자비용(-3.8%)을 제외하고는 비경상조세(71.7%), 사회보험(7.2%), 연금(5.2%), 경조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2.6%), 비영리단체로 이전(2.6%), 경상조세(2.3%) 등 세부 항목이 1년 전보다 일제히 증가했다.

월평균 1만8천원 지출된 비경상조세는 자동차 구입이 늘어 자동차 취득세가 증가하고 주택 거래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도 늘어난 것이 대폭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 기초연금으로 소득하위 20% 소득 8.1%↑

가계수지는 다소나마 개선 추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주저하는 점이 문제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분기중 355만원으로 1년전보다 2.8%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97만4천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전보다 1.6%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고 금액이다. 흑자액이 크다는 것은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그만큼 작다는 의미다.

흑자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흑자율은 27.4%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소비지출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평균소비성향은 72.6%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기초연금 제도 도입은 분배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분기 중 소득 증가율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8.1%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분위는 2~3%대 증가율에 그쳤다.

이런 영향으로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누는 5분위 배율은 3분기 중 4.73배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1분위의 적자가구 비중도 47.0%로 1년전보다 4.8%포인트 줄었다.

지출은 소득 상위 20%인 1분위에서 5.5%로 가장 많이 늘었고 1분위는 2.3% 증가하는데 그쳤다.

1분위 등 소득 하위 계층에서 늘어난 소득을 쓰지 않으면서 평균소비성향은 1분위(-7.9%포인트), 2분위(-3.0%포인트), 4분위(-1.3%포인트)에서 하락했지만 5분위(2.6%포인트), 3분위(1.9%포인트)에서 올라갔다.

기획재정부 주환욱 정책기획과장은 "고용 증가와 가계소득 증대, 소비지출 확대 등 선순환 흐름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체계 추진 등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