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폐기물'로 처리 안해
청소업체 직원 구토 등 증세
건강 위협에 결국 수거 거부
도심 한복판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향료 연구 업체가 사업장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시약병을 생활폐기물로 무단 투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물질이 묻은 시약병을 수거하던 청소 용역업체 직원들은 구토와 어지럼증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수거를 거부했다.
24일 수원시 신동의 디지털 엠파이어 빌딩 쓰레기 집하장은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의 진원지는 50㎏짜리 소량 배출 건설폐기물 포대로, 안에는 갈색 시약병이 가득했다.
시약병을 버린 업체는 H향료 연구소로, 지난 2008년 입주해 식품 등에 첨가하는 각종 향료를 연구한 뒤 화학물질을 담았던 시약병을 일반 생활폐기물로 버려왔다.
하지만 시약병은 '폐기물 처리 계획 확인' 신고를 해야 하는 사업장 폐기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및 실험실 등에서 나온 폐기물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통상적으로 지정폐기물로 분류, 전문업체가 수거 및 처리해야 하지만 H향료 업체는 사실상 화학물질 용기를 무단 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버려진 시약병 때문에 신동지역의 쓰레기 수거업체 직원들이 구토와 어지럼증 증세로 시달리다 최근 시약병 수거를 거부했다.
용역업체 직원 김모씨는 "몇 달 전부터 역한 냄새로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등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아오다 최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일반 폐기물도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H향료가 사용한 갈색병에는 각종 화학물질이 표기돼 있어 생활폐기물과 섞어 버릴 수 없다"며 "일부 물질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방향제 계통으로 확인됐고 폐유독물 등 지정폐기물로 분류해야 할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향료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나온 병은 본사가 있는 충북 음성에서 처리해 왔지만 최근 직원 교체로 착오가 있었다"며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박종대·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