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이 술집 출입이나 담배 구입 등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박모(19)양은 최근 친구들과 술집에 가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 박양은 자신의 신분증을 컴퓨터로 스캔한 뒤 포토숍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년월일을 97년생에서 94년생으로 바꿨다. 또 출력한 신분증을 투명한 접착지로 사용하지 않는 카드에 붙여 감쪽같은 성인 신분증으로 위조했다.

박양은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싶어 위조했다"며 "술집은 어두운 곳이 많아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에 사는 김모(19)군은 아예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3만원을 주고 성인 신분증을 구입했다. 김군은 A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신분증을 판다는 수십여개의 게시글에 첨부된 성인 신분증 사진을 본뒤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신분증을 골라 구입했다.

이날 하루동안 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10건 이상 성인 신분증 판매 게시글이 올라왔다가 판매가 됐다며 삭제되곤 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학생들끼리 칼로 신분증을 긁어 생년월일을 고치는 방법부터, 신문의 활자를 오려 붙이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올라와 있는데다 위조 신분증을 사용해 술집에 출입한 인증(?)사진까지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술집 업주들도 비상이 걸렸다. 업소마다 신분증 감별기 등을 이용해 위조 여부를 검사하지만 손님이 몰리는 시각에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인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장모(50·여)씨는 "매년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한두달은 위조 신분증 검사로 애를 먹는다"며 "청소년들이 술을 먹고 난후 술김에 직접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 경찰의 단속도 종종 있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신분증 위변조로 14~19살 청소년 50여명이 적발되고 있고, 대부분이 수능 직후인 11·12월에 적발된다"며 "학생들이 죄의식없이 장난삼아 신분증을 사용하고 있지만, 신분증 위변조는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상대로 계도와 단속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