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날 저녁 이재용 부회장과 만찬회동을 갖고 양사간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26일 발표된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누구의 주도로 이뤄졌는지를 놓고 재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6개월 넘게 장기 입원해 있는 가운데 그룹의 대내외 활동을 총괄해온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구조개편을 위해 뚜렷한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그룹은 그러나 이번 건은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테크윈 등 계열사 매각 건은 한화그룹이 먼저 제안하면서 협상이 시작됐다. 이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빅딜을 지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한화가 방산부문인 삼성탈레스의 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이 빅딜의 시초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의 부인에도 그룹 안팎에서 위상이 높아진 이 부회장이 그룹의 중차대한 사안인 복수의 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맞물려서는 이번 사안이 실질적으로 이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첫 사례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삼성SDS-삼성SNS 합병,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양도, 삼성웰스토리 분사, 제일모직-삼성SDI 합병,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SDS 상장 등 사업 및 지배구조와 연관된 이슈가 숨 가쁠 정도로 많았다.

이 가운데 주요 현안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올해 5월 이전에 이미 '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제일모직 상장은 이 회장의 재가까지 받아서 사전 검토가 끝난 사안이었던 것으로 그룹 내부에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거의 완전한 백지상태에서 결정을 내린 사안으로는 한화그룹과의 이번 사업 빅딜이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그룹을 대표하는 대외활동을 수행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경제분야를 맡는 마카이 부총리,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등을 잇달아 만났다.

미국 실리콘밸리 IT업계의 거물과도 연쇄적으로 접촉해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 교류 폭을 넓혔다. 페이스북과는 페이스북폰, 가상현실(VR) 기기 등 사업화 논의가 진척되기도 했다.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에 외국금융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주재하는 등 최근 눈에 띄는 행보가 많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일부 외신도 황제경영 스타일의 부친과는 확연히 다른 이 부회장의 절제된 감각과 경영 스타일에 주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1)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하버드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과 김 실장의 친분이 빅딜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밟았고 김 실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