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삼성테크원과 삼성종합화학의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한 한화그룹은 그동안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모태는 1952년 현암 김종희 회장이 1952년 6·25 전쟁 당시 사업보국을 내세우며 설립한 한국화약이다.

1981년 김승연 2대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M&A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규모도 커졌다. 

1982년에는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을 인수하면서 10대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김 회장은 제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화학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들 회사를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 7천300억 규모의 한화그룹 매출은 1984년 2조1천500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고, 지금의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 한화,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인수로 재계 9위 발돋움. 한화그룹은 26일 삼성그룹 측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천4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연합뉴스=한화 제공
이후 한화그룹은 정아그룹(1985년·현 한화H&R), 한양유통(1986년·한화갤러리아), 골든벨상사(1995년·㈜한화무역) 등을 잇달아 사들여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0년대 들어서도 M&A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동양백화점(2000년·한화타임월드)과 대우전자 방산부문(2001년· ㈜한화 구미공장), 신동아화재해상보험(2002년· 한화손해보험) 등의 경영권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이 가운데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는 M&A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인수 당시 2조3천억원이었던 대한생명의 누적 손실을 6년 만인 2008년에 완전해소하고 연간 이익 5천억원을 창출했다. 

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현재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2002년 63시티(한화 63시티) 인수에 이어 2007년에는 미국 자동차 부품·소재기업인 아즈델(AZDEL)을 품에 넣음으로써 자동차 부품·소재를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갖췄다.

2008년에는 제일화재해상보험(한화손해보험)과 새누리상호저축은행(한화저축은행)을 잇따라 사들였으며 2010년에는 푸르덴셜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과 합병)과 솔라원파워홀딩스(한화솔라원)를 인수했다.

2012년에는 당시 파산기업이었던 독일의 큐셀(한화큐셀)을 인수하면서 태양광 투자를 본격화했다.
과감한 M&A로 한화그룹은 석유화학과 금융, 레저 및 유통, 건설, 태양광에 이르는 수많은 사업을 거느리게 됐다. 이번에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까지 인수함으로써 재계 서열 9위로 올라서게 됐다.

물론 한화그룹의 M&A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에는 조선업을 그룹의 핵심축으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국제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수많은 M&A는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2010년 검찰 수사 이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삼성 계열사 인수전에도 김 회장이 막후에서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M&A인 만큼 김 회장의 재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