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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조가 20년만의 부분파업에 들어간 27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사무실 앞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노사가 지난 6개월 동안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지만 주요 쟁점 안건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가 27일 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임금 부문에서 노조는 회사의 추가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추가 임금인상안은 없다"고 선을 그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때문에 노사의 대승적인 양보 없이는 올해 임단협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강성노조 출범…20년 만의 파업
현대중 노조는 노동조합을 설립한 1987년에 56일, 이듬해 128일 총파업, 1990년에는 골리앗 크레인 농성 투쟁을 벌이는 등 현대차 노조와 함께 국내 노동계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이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등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 노조 조직력이 약화되고, 합리 노선의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했다.
지난해 다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정병모씨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 회사의 협력적 노사관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고됐다.
결국 지난 5월 14일부터 시작한 올 임단협에서 노사는 50여 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주요 노조 요구안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0년 만의 분규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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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사무실 앞 광장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정병모 노조위원장(가운데)이 구호를 외치며 팔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은 임금 13만2천13원 인상을 포함해 50가지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 합의했다. 그러나 임금 부문에서는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13만2천13원(기본급 대비 6.51%, 통상임금 대비 5.90%) 인상, 성과금 '250% + 추가', 호봉승급분 현 2만3천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삭감 없는 정년 60세 보장과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 등도 노조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임금과 관련해 이달 5일 기본급 3만7천원(호봉승급분 2만3천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 + 300만원 지급을 최종제시안이라고 내놨다. 그러면서 이 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실시를 노조에 요구했다.
정년연장 요구에 대해 60세 정년을 보장하되 임금 삭감 폭을 줄이겠다고 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회사 제시안은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안을 다시 내야한다"고 밝혔다.
반면 권오갑 사장은 파업 전날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되어 이익을 많이 내면 그만큼 보상하겠다"고 조합원의 이해를 당부했다.
조선 경기가 좋지 않아 올해 매 분기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내는 등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 잇따른 '파업 자제' 호소
울산지역 경제, 시민,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추진협의회(행울협)는 성명서를 내고 "파업을 철회하라"라고 노조에 촉구했다.
행울협은 "현대중은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의 버팀목이고 42년 동안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를 세계 1위의 조선대국으로 만들었다"며 "노조는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가 발생한 회사의 경영위기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한봉 울산고용노동지청장은 "회사는 경영 상황이 어렵다면 근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보이고 전 구성원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며 "노조도 투쟁보다 회사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