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신해철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송파구 S병원 강모 원장이 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故 신해철의 유족은 고인이 수술 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S병원측의 의료과실 가능성에 대해 지난 3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결과는 고(故) 신해철(46)씨의 사망이 장협착 수술 과정에서의 손상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국과수는 천공이 발생한 시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신씨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 송파구 S병원 측의 의료과실 여부가 명쾌하게 결론나지 않으면서 공은 의사협회로 넘어가게 됐다.

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소장 천공으로 복막염이, 심낭 천공으로 심낭염이 발생해 심장압전과 심기능 이상으로 이어졌고, 이에 합병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신씨가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부검결과를 통보해 왔다.

소장에서 발생한 염증이 심낭으로 전이됐고, 심정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1차 부검에서 확인되지 않은 소장 천공에 대해선 "복강경 수술을 할 때나 수술과정과 연관해 천공 됐거나, 수술 도중 발생한 손상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 지연성으로 천공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심낭에서 발견된 0.3㎝ 크기의 천공 역시 같은 방식으로 생겼을 수 있다고 봤다.

투관침에 장기가 찔렸거나 혹은 수술 과정에서 생긴 손상에 염증이 생겨 천공으로 발전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과수는 유족 측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국과수는 S병원이 신씨의 동의 없이 위축소 수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위용적을 줄이는 효과의 수술로 추정되나 이것을 왜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의사협회 등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껏 S병원 측은 수술 과정에서 약화된 위벽을 강화한 것일 뿐 위축소 수술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또 신씨가 S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찍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가슴 속에 공기가 보인 것과 관련해선 "심막기종과 종격동기종에 대해 합리적인 처치를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수술후 고열과 통증을 호소한 신씨에 대해 S병원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검 결과가 당장 S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장 흉부 엑스레이에서 발견된 기종에 대해 신씨의 수술을 집도한 S병원 강모 원장은 경찰에서 "수술할 때 복부를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탄소(CO2)가 올라간 것으로 판단해 큰 위험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후 나름 복막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실제로 복막염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신씨의 심낭과 소장에 천공이 발생한 원인이 수술 과정에서의 손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과수 분석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수술과정에서 직접적인 투관침으로 인한 손상이나 직접적으로 기구를 사용해 뚫은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염증으로 인한 지연성 천공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협착 수술 과정에서 서로 붙어 있는 장기를 떼어내기 위해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생기는데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천공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아니나 간혹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고 병원 측의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강 원장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1∼2주 내로 조사결과를 종합한 뒤 의사협회에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신씨는 5일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결국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