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국 언론사 기자 50여명이 참석해 성폭력 보도 사례와 법적 책임,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언론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정혜선 변호사는 "언론이 기사에서 피해자 개인정보를 간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다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은 경쟁보도로 인해 쏟아지는 기사들에서 정보가 다시 조합되면서 피해자 신원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 언론의 경우 가해자에 대해서는 이름은 물론 주소지까지 상세하게 보도하지만 피해자의 신상은 철저히 보호해준다"며 "피해자의 거주지 사진, 가족, 주변인을 몰래 촬영하거나 일기, 유서, 편지, 사진, 성적표, 생활기록부 등 사적인 내용이 담긴 기록물을 절대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이슈화된 사건의 발생 초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성폭력 피해의 회복과 치유 과정, 성폭력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및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성폭력은 주로 은밀한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 본인이 목격자이고 증인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피해자의 증언을 믿기보다 의심하는 경향이 높아 안타깝다. 피해자들은 성폭행 자체 뿐만 아니라 수사 및 재판진행과정 중에 관계자들로부터의 의심의 눈초리, 잠재적 피고인을 대하는 듯한 추궁성 질문 등으로 더욱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또 "상식적이지 않은 성폭행 사건에 대해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성폭력 피해자는 울어야 하고 우울해야만 한다, 저항하면 강간은 성공하기 어렵다,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 꽃뱀이다, 모텔에 같이 갔으니 합의한 것이다, 싫으면 소리를 질러야지, 옆방에 늘 사람이 있는데 등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이어 '밖에서 본 언론'을 주제로 MBC 앵커 출신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