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학기말 시험에 취업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 제출을 문제로 낸다는 보도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수원과학대학은 최근 2학년 기말고사를 앞두고 취업을 확인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와 건강보험증 등 '취업확인증명서류'를 시험문제로 출제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학생들에게 공지했다는 것이다. 취업확인을 위해 재직증명서와 건강보험증,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출하라 했다니 씁쓸하다못해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학교 측은 직장을 다니는 학생들의 출·결석 처리와 가산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산학협력의 강화로 학교 측에서 취업을 알선해 주지는 못할망정 학생들이 알아서 취업하라니 학생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대학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대학평가지침 때문이다. 교육부는 매년 교수 확보율, 학생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10여개 영역을 종합평가해 재정에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는 대학 퇴출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2년제 대학들의 경우 취업률은 곧 정부지원금으로 이어지기에 취업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아무 데나 취업할 수는 없는 것인데도 이를 강요하는 교육부나 학교가 문제일 수 있다.

대학평가의 15%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지하는 취업률 지표에 모든 대학들이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4년제의 경우 지난해부터 인문대학과 예술대학은 지표상 통계에서 제외됨으로써 그나마 통계에서 여유가 생겼지만 취업에 신경쓰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기준으로 부실 대학이 가려지고 각종 정부 지원에서도 제외된다. 대부분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의 경우 평가를 잘 받으면 대학등록금의 15%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을 받기도 한다. 취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이처럼 학생들에게 무조건 취업을 강요하는 건 안 된다.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취업이건, 창업이건 결정할 일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만들어주지 못할망정 4대보험에 가입해준다고 아무데나 취업할 수도 없는 문제다. 대학은 진리탐구의 이념을 바탕으로 학문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모든 역량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생산·공급'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교육부는 평가를 빌미로 대학교의 서열을 매기는 반교육적 행태를 반성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