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최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에 대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규정하면서 찌라시의 실체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찌라시는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은밀히 제작, 유포되는 정보지로 정·관·재계의 각종 동향부터 연예계 뒷소문까지 온갖 잡다한 내용을 망라한다.

작성자들의 신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찌라시를 제작하는 사설 모임이 여럿 활동하고 있으며 언론사 정보보고가 유출돼 찌라시에 담기는 경우도 있다.

현재도 최소 서너 종 이상의 찌라시가 증권가에서 주로 쓰이는 메신저 등을 통해 활발히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보급되면서 이를 타고 일반인에게도 상당히 널리 유포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 찌라시가 나도는 것은 무엇보다도 주가 등 돈과 직접 연관이 있는 정보를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미리 얻고 싶어하는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도 남보다 한 발 빨리 얻어서 주식 투자나 기업 경영에 활용하면 큰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러나 증시 작전세력이나 정·관·재계의 일부 세력이 시장을 조작하거나 상대 인사·기업 등을 음해하기 위해 찌라시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찌라시의 일부 내용이 추후에 맞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허위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명 탤런트 등 여성 연예인들이 성매매를 벌였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퍼지자 해당 연예인 여럿이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해달라고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경찰이 수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으나 해당 연예인들은 이미지의 타격과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겪어야 했다.

정계에서도 찌라시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김무성 의원(현 새누리당 대표)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인용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 수사에서 "찌라시에서 봤다"고 해명했고 검찰이 이를 인정해 최근 무혐의 처분을 한 바 있다.

이번 국정개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전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문서에도 비선실세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밀어내기 위해 그의 교체설을 찌라시를 이용해 유포했다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김 비서실장의 사임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찌라시들이 지난 10월 중순께 여러 차례 유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서 내용 자체가 시중 찌라시의 신뢰하기 어려운 내용을 여과 없이 실은 것이라고 청와대가 규정함에 따라 해당 문서의 실체, 찌라시와 연관성 등이 향후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