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환경부 "4자협의체 통해 논의 할것"
"매립연장 절대불가"-"협상통해 실마리 찾자"
4자협의 앞서 지역내 다양한 목소리 수렴해야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3일 "인천시민의 고통과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현재의 수도권매립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매립지 사용 연장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2016년까지로 돼 있는 매립지 종료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환경부와 서울시가 갖고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지분을 인천시로 넘기고, 매립지관리공사도 인천시로 넘기라고 요구했다. 1992년 매립지 개장 이후 20여년간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인천시민이 겪은 환경피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매립지 지분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환경부, 지분은 없지만 쓰레기매립지를 활용하는 경기도가 인천시의 요구사항을 포함해 매립지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매립지 매립용량은 2017년 말 포화상태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매립중인 2매립장은 86%가 찼고, 2017년 11월이면 더 이상 매립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3매립장(307만1천㎡)과 4매립장(338만㎡) 부지가 2매립장 바로 옆에 있지만 기반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그동안 서울시와 환경부는 3·4매립장을 활용하면 2044년까지 매립지 사용이 가능하다며 3매립장의 조속한 착공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와 인천시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기반공사에만 57개월이 소요되는 3매립장은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매립지공사는 서울시와 인천시가 매립지 사용 연장에 합의한다면 단계별 공정을 통해 3매립장을 부분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매립지공사는 "연내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017년 말에는 쓰레기 처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 시장의 말대로 쓰레기 매립이 종료되면 수도권 지역의 쓰레기 대란은 불보듯 뻔하다.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쓰레기의 비중은 서울 44.5%, 경기 38.9%이고 인천은 16.5%다. 대부분이 인천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이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1억2천792만t으로 8.5t 트럭으로 1천505만대 분량에 이른다. 축구장 500개 넓이의 매립장에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1만4천t이 처리되고 있다. 유 시장의 발표가 있은 후 서울시와 환경부는 "수도권 매립지의 소유권 일부 또는 전부를 넘기는 방안을 4자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며 "수도권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 일부 또는 전부가 인천시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지분 요구를 받아들이고 매립 연장을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 시장의 발표에는 20년 넘게 쓰레기 매립지역에서 고통을 겪은 인천시민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고, 그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 시장의 발표가 4자간 합의를 통해 매립지 연장을 유지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일부 언론은 매립지 연장 불가라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도 '매립 연장 절대 불가' 주장과 '협상을 통해 실리를 찾자'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자간 협의체를 통한 대화에 앞서, 지역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쓰레기 매립 전쟁'이 또다른 지역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