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사 안에서 '황산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일 수원지검 형사조정실에서 형사사건 고소인 자격으로 조정 협의를 하던 대학 교수가 피고소인인 제자와 그 가족에게 황산을 투척해 모두 6명이 다쳤다. 이 범행으로 가족 외에 같이 있던 형사조정위원 이모씨, 법률자문위원 박모씨도 화상을 입었다.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었던 끔찍한 일이었다. 수사기관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황산테러'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수원 모 전문대학 교수인 서 모씨는 지난 6월 학과 조교인 강모씨가 자신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퍼뜨려 망신을 줬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대학 측은 이같은 갈등을 알고 서씨를 내년 2월로 예정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이 사건은 11월에 검찰에 송치됐으며 이날 조정위원은 물론 강씨의 부모도 입회한 가운데 조정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서 교수가 느닷없이 준비해 온 황산을 뿌린 것이다. 특히 제자 강씨는 전신 40%의 화상을 입었다.

형사조정은 처벌보단 피해 회복을 전제한 합의를 중재해 형벌을 자제하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시행됐다. 검사가 고소인과 피고소인 동의를 받아 형사조정위원회에 넘기면 민간 위원들이 중재하고, 조정이 가능하면 고소인은 고소를 취하할 수 있는 제도다. 이날도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화해를 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지만 의견이 쉽게 정리되지 않자 불만을 품은 서씨가 황산을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에 오기 전에 이미 범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520㎖의 황산을 들고 청사에 들어올때 검찰청 직원 누구도 그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회지도층이라는 대학 교수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황산을 뿌린 것도 문제지만,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독성물질을 아무런 제지없이 버젓이 청사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충격이다. 도대체 청사 출입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기에 이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배석자가 있었어도 형사 합의 조정협의를 하고 있는 자리였다면 양측의 감정이 격앙될 가능성이 높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검찰은 출입자의 소지품 관리에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검찰은 청사 출입 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