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경비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전면 적용되는 가운데 애초 우려됐던 대량해고보다는 휴식시간 확대를 통한 임금 동결 등과같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직 근로자에 속해 그동안 최저임금의 90%에 해당하는 시급을 받아왔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 100%를 적용받게 된다.
이러면 경비원 1인당 인건비가 약 19%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계는 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상승으로 일선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 근로자가 대량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정부에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촉구해왔다.
8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대부분 아파트에서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하루에 휴식시간을 많게는 8∼9시간까지 늘려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조정을 염두에 뒀던 많은 아파트 단지가 입주자대표 회의를 거쳐 무급인 휴식 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전면 적용으로 예상되는 임금상승분을 상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입주자들이 경비원의 유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해고 대신 휴식시간을 늘려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전면 적용에 따른 임금 인상 부담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노총이 지난 4일 개최한 경비 근로자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비원 대량해고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가 열렸지만 애초 우려와 달리 대량해고보다는 임금 동결이나 삭감 소식을 전하는 참석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보조하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수급 주체가 관리회사나 용역회사로 돼 있어 실제 인건비를 부담하는 주민의 관리비 절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노총은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경비직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구체적 사례를 수집하고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경비원을 줄이고 폐쇄회로(CC)TV 등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아파트들도 간혹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비원이 해오던 청소, 제설, 택배 수령, 교통정리 등과 같은 각종 생활편의 서비스를 위한 비용이 추가로 들게 돼 결국 전체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적지않아 무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앞서 고용부가 최근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동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고용부가 11월 말 표본 추출한 전국 864개 아파트 단지의 경비직 근로자 8천829명에 대한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에 따라 고용조정이 우려되는 인원은 354명(4%)으로 파악됐다.
인원감축을 고려하는 아파트 단지 104곳 중 92곳(88.4%)은 인건비 부담을 인원감축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용부는 2013년 10월을 기준으로 경비직 근로자가 약 25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 고용조정이 우려되는 4% 수준의 인원에 해당하는 1만여명분의 고용유지 지원금 100억여원을 확보했다.
고용부는 100명 중 12명 이상(기준 고용률 12%)을 60세 이상 근로자로 고용하는사업주에게 정부가 연간 72만원의 고용지원금을 최대 3년간 지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