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논란이 확산하면서 소득 없이 회기를 마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각종 민생법안과 결의안 등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양측 간 '비선 실세' 공방이 격화하면서 이날 본회의는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제 100일간의 정기국회 레이스를 통한 성과물이 얼마나 나올지는 단 한 차례남은 9일 마지막 본회의에 달리게 됐다.

그러나 정국 상황은 점점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8~9일 이틀간의 본회의를 통해 무려 300여 건의 본회의·상임위 계류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여권의 계획도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로 일축하고, 이에 반발한 야당이 문건에 등장하는 정윤회 씨와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등 모두 12명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함으로써 정국의 대치 상황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자칫 9일 본회의마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비상이 걸린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정치 공세를 자제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사건을 야당에서 다시 또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사안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보다는 이 일을 이용해 여권을 뒤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어 너무 과하다"면서 "문건 파동은 검찰 수사에 맡겨두고 우리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의 입법적 뒷받침 작업은 물론 민생 관련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의 추가 고발에 대해 "도를 넘었다. 야당의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 자세를 촉구한다"면서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럽고 국민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대여 공세는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커지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비선실세 개입 의혹을 정면반박한데 대해 "누가 봐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가 아닌 공공기록물인데 무슨 '찌라시 타령이냐"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박 대통령의 반박에 대해 "누가 봐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가 아닌 공공기록물인데 무슨 '찌라시 타령이냐"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전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매우 부끄럽고 잘못된 만남"이라고 비난했다.

개헌파인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의 원인과 관련, "문제의 근원에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가 있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때"라며 개헌 논의에 당장 착수할 것을 여당에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9일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관피아 방지법), '세 모녀 3법' 등 기존에 합의한 일부 민생법안만 처리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이번 정기국회는 의안 처리 측면에서 근래 들어 최악의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과 규제·공기업 개혁 법안 등 박 대통령의 3대 혁신과제와 부동산 활성화 법안 등은 현실적으로 볼 때 이미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않다.

문제는 정기국회 폐회 이후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12월 임시국회까지 이른바 '문건 정국'이 쓰나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온다면주요 쟁점 법안들은 해를 넘길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임시국회 첫날과 둘째 날은 문건 유출을 의제로 한정해 긴급 현안질의를하기로 한 만큼 임시국회가 초반부터 공전과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