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이 먼저인가. 도시미관이 먼저인가'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교통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주요 도로에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수원시 인계동 권광로에서 불과 몇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만 3차례 교통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운전기사들은 이곳을 '죽음의 도로'로 부른다.

권광로는 인계동 유흥가와 나혜석거리 상가밀집지역을 관통, 늦은 시간까지 취객들의 무단횡단이 잦은 곳이지만, 무단횡단을 막는 중앙분리대나 인도의 펜스 등 안전시설은 전혀 없다.

또 왕복 8차선의 도심 도로로 제한속도가 시속 60㎞이지만, 단속 카메라가 없어 새벽시간 과속차량들이 많아 평소에도 교통사고가 잦다.

그런데도 수원시는 경찰이 중앙분리대 등 안전시설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도시미관을 해치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안산시 월피동 순환도로의 경우 올해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안전시설은 전혀 없다. 이곳 역시 유흥가 밀집지역과 주거지역이 인접한 도로로 밤 늦게까지 무단횡단이 빈번하고 과속 차량도 많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또 성남시 중앙동 광명로와 부천시 심곡본동 부천남부역 인접 도로 역시 유흥지역을 지나가는 도로로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사망사고가 한해 여러차례 발생하지만 중앙분리대 등 보행자 안전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지자체에서는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상가 밀집지역 주변 상인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중앙분리대와 인도 펜스 설치를 꺼리고 있다.

더욱이 중앙분리대 또는 보행자 펜스 설치와 관련해 법적 기준과 원칙이 없어, 자치단체별 사망통계 또는 경찰서의 권고, 민원 등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중앙분리대가 깨지거나 파손되면 잦은 보수 공사를 해야 해 교통체증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는데다 미관을 해치는 것은 사실이다"며 "경찰과 협조해 보행자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