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5일 오전 검찰에 소환된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이 6일 새벽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빠져 나오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윤회씨를 비선실세로 지목한 청와대 문건의 작성·유출 과정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내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다시 불러 문건 생산 과정과 유출 경로를 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청와대에서 올해 초 발생한 문건 유출 과정을 감찰한 자료를 넘겨받아 청와대 측이 제기한 이른바 '7인회'의 공모 여부도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

'7인회' 멤버로는 조 전 비서관, 박 경정,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 언론사 간부, 대검 수사관, 오모 청와대 행정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모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연합뉴스에 전한 입장을 통해 "이제 나를 엮으려니 7인회를 만들었나. 참 나쁜 분들"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한 '7인회'가 '정윤회 국정개입'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까지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중 조 전 비서관을 다시 불러 7인회의 실체와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의 재소환이) 이번 주는 아니다. 다음 주나 돼야 할 것"이라며 "통보는 안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재소환 조사에 앞서 검찰은 박 경정에게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회동 의혹을 처음 알린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문건 내용의 출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청장이 관련 내용을 들었다고 진술한 광고회사 대표, 서울청 정보분실 직원 등도 불러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이정현 홍보수석 축출설, 김덕중 국세청장 교체설 등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구체적인 문건의 작성 과정도 확인 중이다.

핵심 인사들의 축출설과 정씨의 은거설, 정씨를 만나려면 7억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문건 내용의 개별 출처가 확인되면 '7인회'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의 실체도 함께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의 작성, 유출을 주도했다'고 청와대에서 진술한 오모 행정관도 다음 주쯤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오 행정관은 진술서 서명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올 4월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오 행정관이 제시했다는 유출 문건 사진도 확보해 출처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윤회 문건'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 조모 기자를 이날 문건 유출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씨는 기사를 작성한 세계일보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한편 법원은 박 경정이 올 2월 서울청 정보1분실에 보관한 짐에서 청와대 문건을 꺼내 복사한 뒤 언론사 등에 유출한 혐의로 청구됐던 최모, 한모 경위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출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유출 경로를 밝히는 검찰의 수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