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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조사를 마친 후 고개 숙인 채 건물을 나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월권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
해당 여객기의 박창진 사무장이 조씨의 행동으로 '치욕을 느꼈다'며 적극적인 발언에 나섰고, 목격자인 승객까지 공개적인 증언을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씨가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없었다고 해명한 터여서 거짓말 논란까지 일면서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발단은 기내 서비스…"사무장 잘못" vs "규정 어긴 적 없어" = 사태의 발단은 기내 견과류(마카다미아넛) 서비스였다.
승무원이 일등석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을 봉지째 건네자 조씨가 크게 화를 냈고, 책임자인 박 사무장을 불러 매뉴얼을 확인해보라고 요구하면서 소동이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마카다미아넛은 승객 의향을 물은 뒤 접시에 담는 것이 규정"이라며 "조 전 부사장의 지적에도 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사무장이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전 부사장이 그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이에 기장이 하기(비행기에서 내리는 것)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무장의 증언은 전혀 다르다.
그는 '견과류를 포장 상태로 준비해 보여준다'고 변경된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고 이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조씨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폭언·폭행 있었나…"욕설하고 서류철 던져" vs "모르는 일" =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이 폭언과 폭행을 했느냐다.
박 사무장은 "승무원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는데 조 전 부사장이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매뉴얼이 담긴 서류철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과 자신을 무릎 꿇린 채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하며 조종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며 "그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은 겪어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이렇게 진술했다.
지난 12일 조사를 받으러 국토교통부에 출석한 조씨는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면서도 폭언·폭행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 조씨를 당황하게 한 결정적인 제3자 증언이 공개됐다.
조씨 바로 앞자리에 앉았던 일등석 승객 박모씨는 조 전 부사장이 고성을 지르며 승무원의 어깨를 밀치고 서류철을 던졌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일반석 승객들도 쳐다볼 정도였다"며 "파일(서류철)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고 말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조 전 부사장이 일으켜 세워 약 3m 밀었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장의 주장을 고스란히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승무원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고, 승객인 자신 역시 큰 스트레스를 받아 기내에서 눈치를 볼 정도였다고 험악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 사무장 왜 내렸나…"기장과 협의" vs "내리라고 강요" = 조 전 부사장의 항공법 위반 혐의를 따질 때 중요한 대목인 '회항 결정' 및 '사무장 하기' 조치를 두고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램프리턴(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은 통상 기체 이상이 발견됐거나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뤄진다.
이번처럼 승무원의 서비스 때문에 램프리턴하는 사례는 드물 뿐만 아니라 규정상 승무원의 지휘·감독 권한은 기장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기장과 합의한 사항"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상대방 얘기는 다르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조종실 입구까지 몰고 가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나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라고 했다며 "감히 오너의 따님인 그분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승객 박씨 역시 조 전 부사장이 처음에는 승무원만 내리라고 하다가 사무장에게 '그럼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도 잘못'이라며 내릴 것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 사후조치도 문제…진술 강요·증거 인멸 의혹 = 대한항공의 사후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집으로 찾아와 회사의 입장대로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부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입단속'을 위해 승무원들의 카카오톡을 검열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승객 박씨에게도 '언론에 사과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씨는 "사과를 제대로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애초 부실한 해명으로 지탄을 받았던 대한항공은 기존 해명과 다른 증언이 속속 등장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슈퍼 갑질'로 문제를 야기했다면 대한항공측은 애매모호한 초기 해명과 사과, 거짓 해명 등 '감싸기 대응'으로 국민의 지탄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한항공 측은 14일 "일체의 코멘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