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4세 아동들에 대한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아동들은 전치 6주의 소아 정신과 진단을 받았고 해당 교사와 원장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진은 교사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는 장면.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에서 만 네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이모(38·여)씨는 지난 6월 갑자기 아이의 행동이 좀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손톱을 다 물어뜯어 손끝이 빨갰다. 폭식을 하기도 했다. 대소변을 잘 가렸던 아들이 이불에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다른 학부모에게서"아이가 안 하던 욕을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어린이집에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 이씨는 아들에게 물었다.

머뭇거리던 아이는"풀잎반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며 교사 박모 씨에 대한 얘기를 털어놨다.

박씨가 수시로 화를 내고 머리를 세게 때렸다는 말까지 아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들은 "선생님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했다.

뉴스에서나 보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아들은 "주현이(가명)는 빨가벗고 서 있으라고 했는데 나는 안 놀렸어"라고 덧붙였다. 다른 어린이에 대한 학대도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씨를 통해 이런 내용을 알게 된 부모들은 깜짝 놀라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원장 김모 씨에게 폐쇄회로(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CCTV에서는 교사가 아이를 잡아채 구석으로 끌고 가는 것, 밥을 먹고 있는 아이의 식판을 낚아채는 모습, 물티슈 한 장으로 여러 아이의 입과 코를 닦아주는 장면 등이 보였다.

그제야 이씨는 교사 박씨에게서 가끔 전화가 걸려와 "어머니, 아이가 무슨 말 안 하던가요?"라고 묻던 것이 떠올랐다.

이씨는 12일 기자에게"그때마다 아이가 학대를 당했던 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화난 어머니들은 원장에게 항의했다.

그런데 원장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아이들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했다.

더 화가 난 부모들은 경찰에 어린이집을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고양경찰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아이들의 진술을 받았다.

이씨의 만 4세 아들을 포함한 원생 9명이 피해 진술을 했다.

교사로부터 폭행당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옆구리가 꼬집혀 멍든 자국이 찍힌 사진도 제출됐다.

그러나 경찰은 아이들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CCTV에는 육체적 학대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며 박씨의'정서적 학대'혐의만을 인정했다.

이씨는 아이가'급성 스트레스 반응'진단을 받아 6개월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병원 소견서도 첨부했으나 수사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씨는 "교사가 CCTV가 없는 쪽으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그때 때린게 확실하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11월 29일, 6월부터 한 달여 기간 A(4)군 등 원생 12명을 수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어린이집 교사 박씨를, 감시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같은 혐의로 원장 김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야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다.

사건 이후 박씨는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은 아무런 행정 처분도 받지 않고 현재 오히려 규모를 키워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피해 회복은커녕 수사 과정에서 상처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신고만 하면 저절로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했지만 고양시나 고양경찰서 모두 책임을 서로 미루기만 할뿐이었다"면서"6개월간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는지 의문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아동 진술은 주위 환경에 의해 쉽게 왜곡되기 때문에 훈육 환경이나 주변 정황 등 꼼꼼히 검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접적인 신체적 학대 혐의는 입증하지 못했지만 멍자국 사진 등 피해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검찰 송치 때 빠짐없이 함께 제출해 검찰 수사 및 기소에 반영되게 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