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최모(45)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서에서 자신이 몸담은 경찰 조직을 '힘없는 조직'이라고 지칭한 점이 15일 경찰 내부에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경찰들은 현재 경찰 조직의 일원이 청와대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 정보의 심장부'인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그 직원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분위기는 '태풍이 몰아치기 전 고요함'과 같다.
여기에 최 경위가 유서에서 언급한 '힘없는 조직'이라는 표현이 경찰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최 경위는 14쪽 짜리 유서에서 "경찰 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며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환이 들기도 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한 경위급 경찰은 이에 대해 "일이 터지면 조직이 개인을 잘 보호해주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최 경위의 경우는 상대가 청와대이고 청와대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지 않았냐"며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급 경찰은 "경찰관이 정보 유출 당사자가 된 상황에서 경찰 조직이 도와주기 어려운 사정도 있지만, 본인으로서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인데 문제가 생기니 자기를 버리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경찰 수뇌부는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경찰이 왜 힘이 없나, 본인이 느끼기에 그런 것이지"라며 "우리 힘 많다고 참모들한테도 말했다"고 밝혔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본연의 임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청장은 이날 낮 12시 40분께 최 경위 빈소가 차려진 강동구 명일동성당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구 청장은 유족들과 별다른 이야기 없이 조문만 마치고 5분도 채 안돼 돌아갔다.
구 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 경위의 형(56)은 명일동 성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특검을 해야 할 텐데 제대로 될 지 걱정"이라며 "동생이 권력자들에 의해 희생됐고 배신당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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