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박춘봉(55·조선족)의 국내 출입국 기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1996년 3월 부산으로 밀항해 처음 입국했던 박씨가 그동안 수차례 국내로 들어와 유령인간으로 살아왔지만, 관계당국은 어떤 방법으로 입국했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박씨는 1998년 중국인 LI(당시 54세)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해 국내로 들어왔다.

수년간 허위 신분으로 한국생활을 하던 박씨는 지난 2003년 4월 춘천경찰서에 체포됐다. 당시 박씨는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7월 강제퇴거 조치돼 중국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박씨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재차 입국을 시도했다. 강제퇴거 3년 뒤인 지난 2006년 3월 자신의 생년월일을 59년생으로 바꿔 위조된 여권을 이용해 재입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박씨가 지난 2008년 12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는 박씨가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를 검거한 이후 신원 확인이 안 돼 인천공항에 지문을 의뢰했지만 기록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박씨는 1996년 3월 부산으로 밀항해 처음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밀항과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과 중국을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지만 일용직 근로로 돈을 벌었고, '박철'이라는 이름을 쓰며 다세대주택을 계약하는 등 국내 생활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결국 박씨는 국내에 거주하는 10여년 동안 유령인간으로 살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팔달산 토막시신 유기사건은 시민의 결정적 제보가 없었다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입국한 기록이 없어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출입국 관리법 등에 따라 관련 정보는 경찰에서 모두 확인할 수 없다. 얼마나 밀입국을 더 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