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박춘봉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시민의 제보였다. 제보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장기화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시민의 제보 외에도 박춘봉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본 또 다른 눈이 있었다. 바로 CCTV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박춘봉이 살았던 거주지 주변 CCTV를 면밀히 분석해 그의 입을 열게 하는 많은 증거들을 찾아냈다. 피해자인 동거녀와 함께 집에 들어가는 장면과 새벽 시신 일부를 들고 나오는 장면 등 그의 동선은 고스란히 CCTV에 녹화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박춘봉 사건이 일어난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과 교동 일대는 경찰이 치안강화를 위해 올 3월 지정한 '특별순찰구역'이었다. 특별순찰구역으로 지정되면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담당순찰지역에 경찰관 2명과 순찰차량 1대를 배치, 범죄 의심자를 수시로 검문·검색한다. 하지만 이런 수칙이 지켜지기는커녕 이곳에는 CCTV나 보안등 설치도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범인이 살해 후 시신을 250m나 떨어진 곳으로 옮겼는데도 CCTV는 물론 경찰의 보안 순찰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가 단 한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말만 번지르르한 '특별순찰구역'이었던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경기도가 강력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각지대 최소화에 나서기로 하고 CCTV를 확충하기로 한 모양이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하천변·산책로·단독주택 밀집지역·학교 주변 등을 대상으로 CCTV 설치 유무를 확인하고, 보안등 없이 CCTV만 설치된 곳도 중점적으로 파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안등과 CCTV 설치 위치를 조정하거나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
CCTV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범죄를 예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범죄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범죄자들에게 CCTV는 '움직이지 않는 경찰'이다. 하지만 특별순찰구역에 CCTV를 다량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설치된 노후된 CCTV는 해상력이 떨어져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이번 기회에 노후된 CCTV도 교체해 수원시가 '강력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별순찰구역에 CCTV가 없었다니…
입력 2014-12-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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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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