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에 국산 건축자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주요 품목은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미국산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용산과 동두천 등 36곳의 미군기지를 평택시 팽성읍 일대로 이전하면서 국산 건축자재 사용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 7월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을 창설했다. 이와함께 국방부는 지난해 말 사업에 필요한 자재 320품목 중 90%에 가까운 285개 품목을 국산화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품목 수일 뿐 자재비용의 국산화율은 큰 차이가 있다. 전체 자재비 2조6천여억원 가운데 국산 자재비 비중은 2조184억원(76.7%)에 그쳤다. 모든 건물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욕실용 타일과 천장 마감용 석고보드 등 자재비 비중이 큰 품목을 여전히 미국산 자재로 사용했다.

미 국방부 시설기준에 따라 건설되는 주한미군기지는 설계도에 미국산 자재를 사용하도록 명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KS 등 국내 품질보증을 받은 제품이라도 별도로 미 극동공병단의 자재변경 승인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재변경 승인을 받으려면 1개월 이상 기일이 소요되는 데다 검사기준도 까다로워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

특히 타일의 경우 전체 사용량의 90% 이상이 미국산 자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업체들이 수천만원의 개발비를 들여 미국산 자재와 동일한 규격의 제품을 개발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국방부의 수주를 받은 건설회사들은 극동공병단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있다.

또 미국산 자재는 수입 비용 등이 부가되는 만큼 국산 자재보다 비싸고 운송기일이 길기 때문에 공기가 늦어질 수 있다. 게다가 생산업자가 아닌 수입업자가 병행수입 방식으로 공급하는 자재의 경우 문제가 생겨도 하자보수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관계자는 "현재 미군기지의 공정률이 74%로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라 소요될 건축자재를 추가적으로 변경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미국산 자재의 하자보수 문제는 제품보증기간 등을 두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웅기·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