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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여의도 정치권에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해산이라는 초유의 메가톤급 강풍이 몰아쳤다.
바람의 세기가 큰 만큼 이념대립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헌재 판결로 통진당은 창당 2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석기 의원을 포함해 소속 지역구·비례대표 5명도 모두 순식간에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헌재 결정에 새누리당은 '적극 환영', 새정치연합은 '우려', 통진당은 '강력 반발' 등 분명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이고, 대한민국 부정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면서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 "대한민국이 종북세력의 놀이터로, 국회가 종북세력의 해방구로 전락하는 것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무거운 침묵 속에 절제된 수준의 우려를 표시했다.
헌재가 통진당에 대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추구했다고 판단한 마당에 새정치연합이 정면으로 반발할 수도, 그렇다고 헌재 결정을 환영할 수도 없는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헌재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후퇴시켰다", "통합진보당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면서 강력반발했다.
통진당과 한때 한몸이었던 정의당도 특별성명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진날로 기억할 것"이라면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탄생한 헌재 역사 중 가장 치욕적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여야가 이미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대치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이념적 색채가 짙은 통진당 해산까지 더해지면서 연말 정국은 시계제로의 혼돈 속으로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보수, 진보세력간 헌재 판결에 대한 찬반 논쟁은 물론, 극심한 이념논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선의혹으로 파행 중인 임시국회가 완전히 길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이날 비선의혹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며 항의성으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지만 파행 중인 임시국회 정상화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에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극적인 국면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종북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며 해산된 통진당에 대한 대대적 공세는 물론, 과녁을 한때 야권연대의 파트너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범진보진영으로확대해 정국 주도권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이 이날 "야권연대라는 화려한 색깔의 독버섯에 혹해서 종북숙주 노릇을 하는 정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을 겨냥한 것도 앞으로의 대대적공세를 예고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통진당과 추종세력은 "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렸다"면서 대대적인 반정부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수단체도 '맞불집회'로 맞서면서 진보세력과 보수세력간 이른바 '남남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면서도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불씨 살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또 통진당 해산이 야권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