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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 박탈 판결을 내린 1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사무실이 굳게 닫힌 채 적막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제도권 정당이 해산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여야 정치권이 각자 이번 사태가 정국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첨예한 대치전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활동의 자유와 종북논란 등을 놓고 여야간 격한 이념대립이 벌어질 경우 공무원연금개혁과 민생법안,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등 민생과 관련된 각종 입법안 처리가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으로 혼돈을 겪었던 정국은 이제 '정당해산 정국'으로 급전환될 조짐이다.
◇정당해산 정국으로 급전환 = 그동안 정국을 강타했던 문건유출 파문에 따른 비선실세 의혹은 급속도로 힘이 빠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이 사실상 문건을 허위로 판명하고 문건유출도 개인의 일탈 행위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건 파동을 둘러싼 여진은 연말정국을 다굴 뇌관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운영위 소집, 국정조사 개최, 특별검사 도입 등 전방위로 여권을 조여들어 가던 중이었다. 또 새누리당에서도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포함한 청와대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청와대가 코너에 몰리는 형국에서 내려진 통진당 정당해산 결정은 결과론적으로 여권에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재가 최종 변론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선고일을 정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정당 해산 결정이 공교롭게도 집권세력의 대선 승리 2주년과 겹치면서 세월호 참사와 문건유출 파문으로 휘청거렸던 현 정권이 몸을 추스르고 새롭게 출발할 전환점을 맞았다는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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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사무처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선고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서가 국회에 도착하면 통합진보당에 제공된 사무실과 각종 예산상의 지원을 중단하고 7일 이내에 관련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통보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합뉴스 |
앞으로 보수 정당으로서 이념적 가치를 실현할 법과 제도, 정책 추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야당 정치좌표 설정에 영향미칠듯 = 이번 통진당 정당해산 결정은 야당에 충격파가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특히 통진당과 직·간접적으로 협력의 끈을 유지했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유탄을 맞게 됐다.
당장 내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주자들의 이념적 노선이 당권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야권의 선거공식도 바뀔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 이후 야권연대는 선거 때마다 여당후보를 제압하기 위한 공식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당해산의 여파로 새정치연합은 이념면에서 중도 쪽으로 클릭조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통진당 해산 결정 전에도 뚜렷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마지못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수준이었다.
이제 원내에 유일한 진보 성향의 정당은 정의당 하나만 남게 됐다.
헌재 결정에 따라 유사 강령을 표방하는 정당 창당도 금지되는 만큼 진보 정당은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명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입법은 뒷전 우려 = 연말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부동산3법을 포함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요원할 전망이다.
이미 여야는 지난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비선실세 의혹으로 나흘째 국회를 공전시키는 중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여당이 이번 사안을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면 진보진영이 결집하며 엄청난 저항에 맞닥뜨리게 된다"면서 "야당은 야당대로 건전한 진보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지 이념 문제에 매달리면 양쪽 모두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