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에 이어 19일에도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위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등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정부 긴급대응반 등은 유출 경로는 물론 어떤 문건이 유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에 의해 공개된 월성1호기 감속재계통 ISO 도면. /트위트 캡쳐
지난 18일에 이어 19일에도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위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등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정부 긴급대응반 등은 유출 경로는 물론 어떤 문건이 유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유출 확산 어디까지

내부자료가 유출되자 한수원은 지난 18일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해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9일에도 트위터에 한수원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도 수사에 착수했지만 현장 조사를 통해 도면이 유출된 사실 등을 확인했을 뿐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국민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전의 도면 등 내부 자료가 연일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데 정부와 한수원은 어떤 경로로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자료 유출을 주도한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은 1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수원에 경고. 원전반대그룹이 공개한 자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네요?"라며 한수원의 대응방식을 조롱했다.

그는 특히 "도면 두 장 공개하면 두 장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는 넘들은 대체 무뇌들인가, 아니면 국민의 안전은 생각지도 않는 악당들인가.."라며 입수한 자료가 더 있음을 시사했다.

▲ 지난 18일에 이어 19일에도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위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등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정부 긴급대응반 등은 유출 경로는 물론 어떤 문건이 유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에 의해 공개된 원전 주변 주민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연합뉴스
더구나 한수원은 지난 9일 PC의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악성코드 공격을 받았고 이후 한수원 외에 2∼3개 에너지관련 공기업 직원들도 유사한 종류의 악성코드가 포함된 메일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발전설비 등 에너지관련 기간시설 자료가 더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 유출자료는 어떤 내용

지난 18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한수원의 자료는 직원 연락처 외에 2000년께 제작된 경북 경주 월성 1·2호기 제어프로그램 해설서가 들어 있다.

유출된 자료는 '월성1호기 감속재계통 ISO도면'을 비롯한 월성과 고리 원전 자료와 원전 주변 주민들에 대한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의 내부 문건이 포함된 파일 6개였다.

이어 19일에 공개된 자료는 총 9개 파일로, 원자로 냉각시스템의 밸브 도면과 K-REDAP 등 한수원 내부시스템 화면, 비밀 세부분류지침, 내부 유선전화번호, 2급 이상 직원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설계도면의 경우 정비용 교육참고자료 등이고 최근 것도 아니어서 유출돼도 당장 원전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수력원자력 대회의실에서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조 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전자료유출 관련 사이버 위기대응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개된 파일의 수준이 조악하고 핵심 도면은 아닌데다 원전을 제어하는 전산망과 한수원의 사내 전산망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악성코드나 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도 작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유출된 자료가 얼마나 더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어떤 경로로 빠져나갔는지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해커가 매일 자료를 단계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점으로 미뤄 그가 원전의 핵심 설계도면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현재 공개된 자료가 중요하지 않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현재 공개된 도면만으로 원전을 공격하긴 쉽지 않지만 인터넷에 떠다녀서는 안되는 문서임은 분명하다"면서 "우려되는 것은 그가 무엇을 더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해킹인가, 직원 내부 유출인가

현재 원전 자료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수원이나 정부 합동수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최근 한수원을 비롯한 에너지관련 공기업의 내부 PC가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악성코드의 공격을 받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를 통해 자료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지난 18일에 이어 19일에도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트위터에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등 원전 자료 유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정부 긴급대응반 등은 유출 경로는 물론 어떤 문건이 유출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해커로 추정되는 인물이 19일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트 캡쳐
또 지난 10월엔 한수원 직원들이 전산망의 ID와 비밀번호를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알려준 사실이 적발되기도 해 이를 통해 원전 도면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선 북한의 해킹이나 종북 세력의 소행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지만 확증은 없다.

일단 지난 18일 블로그에 자료를 공개한 인물과 19일 트위터에 공개한 인물이 동일 인물이거나 같은 집단 소속일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 공개된 자료를 올려놓은 곳이 같은 사이트라는 점에서다.

이 인물이 1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원전 가동 중단과 갑상선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자신을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지칭한 점으로 미뤄 원전에 반대하는 집단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이헌석 대표는 "도둑에게 물건을 도난당했으면 피해규모를 정확히 밝히고 원인을 파악해 도둑을 잡는 것이 순서"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하기 전에 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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