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등 '접근매체(통장·카드·공인인증서 등 전자금융거래 이용수단)'를 분실했거나 명의를 도용당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적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이 '두번' 울고 있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채용사기 과정에서 자신 명의의 통장을 도용당한 최모(19·여)씨는 피해를 당한(경인일보 12월21일자 23면 보도) 직후부터 금융기관에서의 창구거래를 제외한 ATM, 인터넷뱅킹, 카드사용 등의 전자거래가 정지됐다.

최씨가 합격통보를 받고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와 계좌비밀번호를 알려준(출입증 발급에 필요하다며 요구) 게 화근이었다. 최씨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계좌로 된 대포통장에 입금한 피해자들이 모두 확인될 때까지 최소 70일에서 길게는 1년여까지 정상적인 거래가 정지된다.

경찰수사에 따라 전자금융사기의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대포통장 이력이 남아 향후 1년간 모든 은행에서의 통장개설 및 대출이 제한된다. 전자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최씨의 과실을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일정부분 책임에 대한 금전적 배상도 물 수 있다.

최씨와 같이 금융사기로 자신의 계좌가 대포통장 등 범죄에 이용된 것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현재로선 선의의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을 내놓으면서 대포통장을 대여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 반면, 사기를 통해 자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경우 받게 되는 피해에 대한 구제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법률상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통장이 개설되는 경우는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접근매체와 개인정보를 유출당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비슷한 상담을 접할 때가 많은데 정부당국과 금감원이 대책을 마련해서 선의의 피해자의 경우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