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팔달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한숨만 나온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부분의 연인들이 손을 꼭 쥔 채 다른 한손에는 케이크를 들고 모텔로 들어서면 항상 '(촛불을) 조심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손님이 퇴실한 객실 방바닥에는 여지없이 타다 남은 하트모양의 초나 촛농들이 어지럽혀져 있다.
객실에서 연인끼리 촛불 이벤트를 한 것으로, 간혹 가구나 이불 등이 탄 것을 보면 가슴까지 철렁 내려앉는다.
김씨는 "촛불이 소파나 침대로 옮겨붙을 경우 큰 불로 번질 위험천만한 상황이 자주 있다"면서도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할 수도 없어 손님들이 초나 케이크를 숨기고 들여오면 잡을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숙박업소 업주들은 '이벤트를 해도 되느냐'고 문의하는 일부 순진한(?) 손님을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하는 등 나름 주의를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몰래 이벤트 용품을 들고 들어오는 통에 항상 연말만 되면 화재위험에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말 촛불 이벤트와 취객들의 담뱃불 부주의는 실제 화재로 이어져 지난해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하룻밤새 경기도내 모텔 14곳, 여관 7곳, 호텔 4곳, 펜션 3곳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천의 모텔 1곳에서도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고양 일산동구의 한 모텔에서 연인들이 이벤트용 초를 켜둔 채 잠든 사이 소파로 불이 번지면서 다른 투숙객 2명이 탈출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매년 연말이면 숙박업소들이 화재위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모텔 등 다중이용업소에서의 화재는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한 화재라도 형법상 '실화'가 성립돼 처벌받을 수 있다"며 "특히 손님의 부주의로 불이 나더라도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면 업주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래·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