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탄 버스인데 홈쇼핑 고객 된 것 같아 불쾌해요."

경기도내 시내버스의 상업용 음성광고가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승객들이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오전 수원역에서 수원시청까지 버스를 타는 직장인 김모(45)씨는 광고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다음 정류장은 ○○입니다'는 버스 안내 방송이 끝나자마자 연이어 계속되는 상업용 음성 광고에, 밀린 쪽잠을 자다가도 금방 깨버리고 전화통화도 불가능하다.

실제 매일 김씨가 타고 내리는 버스는 김씨가 출발하는 수원 매산시장 정류장부터 '초대형 스크린 슈퍼 플랙스 드디어 수원 상륙'이라는 한 영화관의 광고를 시작으로, 세무서·도청 입구 정류장을 지나면서 '실용 음악, 연기, 뮤지컬까지 섭렵한 학원'이라는 학원의 홍보가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권선초 정류장 역시 어김없이 한 병원의 광고가 나왔다. 김씨는 6개 정류장을 지나치는 10분동안 3분 이상을 광고소음에 시달리는 셈이다.

김씨는 "정보제공 목적이 있는 공익광고라면 모르겠지만, 특정회사를 홍보하는 상업광고를 지나치게 홍보하는 것은 버스회사 상술 아니냐"고 성토했다.

대학생 정모(24·여)씨도 마찬가지다. 안양중앙시장부터 성결대학·안양아트센터까지 가는 정씨는 4개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3곳에서 광고를 듣는다. 정씨는 "'뇌수술 잘한다'는 병원 홍보를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잠깐 한숨 돌리고 싶은 버스에서조차 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승객들이 반복되는 음성광고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수원·성남·안산·안양 등 도내 6개 버스 업체 1천940여대의 상업용 음성광고는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시내버스의 상업용 음성광고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어 지자체에서도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또 옥외 광고물과 달리 음성 광고는 심의대상이 아니어서 사전에 광고를 심의하는 절차마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별 운송 업체와 광고 대행 업체 간에 체결한 계약이어서 지자체가 개입하기가 어렵다"며 "민원이 제기될 경우 업체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