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동차 정비 공임비가 공개되지만, 조회 금액과 현장에서의 실제 비용 간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혼선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 8일부터 자동차 정비 공임료가 공개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 사의 홈페이지와 정비소에 엔진오일 교환, 타이어 수리 등 주요 정비 작업 35개 항목에 대한 정비 공임비를 게시물로 공개해야 한다.

공임비는 자동차의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데 드는 일종의 수임료 개념으로, 자동차 수리비는 부품 가격에 이 공임비를 더한 값이다.

부품가격은 올해 8월 업체별로 이미 공개됐다. 따라서 이번에 공임비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은 정비업체별로 요금을 비교해 자동차 수리를 맡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공임비 산정 과정에 있다. 공임비는 정비 작업별 평균 정비시간(표준 정비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한 값이다.

예컨대 브레이크 오일을 교체하는 데 드는 표준 정비시간이 0.8시간, 해당 차종의 시간당 공임이 8만원이라고 가정하면 6만4천원이 공임비가 되는 식이다.

현재 개정안은 표준 정비시간을 각 정비업체가 가입된 정비사업자단체가 산정한 수치로 공개하고, 시간당 공임은 각 업체의 실제 값으로 공개하게 돼 있다.

표준 정비시간을 공개하면 실제 정비시간과 비교가 가능하게 돼 정비 요금의 과다 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따라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 정비사업자단체는 현재 업체별 정비 시간을 고려해 표준 정비시간을 산정 중이며 조만간 회원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정비업체들은 그러나 이런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정비사업자단체가 산정한 표준 정비시간과 실제 정비시간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소비자들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비사업자단체는 엔진오일 교환 등의 정비시간을 2천cc 이상과 이하 등 배기량에 따라 구분할 예정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비 시간은 배기량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해당 차종이 사용한 부품과 차량의 구조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전에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가격과 실제 현장에서 지불하는 값이 달라 수리비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입차업체만 유리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재 수입차 업체와 국내 업체들의 표준 정비시간은 큰 편차가 있다.

실례로 동급(2천cc) 세단 승용차의 경우 BMW 5시리즈의 앞범퍼 교체 정비 시간은 현장에서 2.3시간이 적용되지만, 현대차의 쏘나타는 0.9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비연합회가 앞범퍼 교체에 드는 표준 정비시간을 2.3시간과 0.9시간 사이로 정하면 현대차에는 불리하고, BMW에는 유리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산 국산차업체들의 실제 정비시간은 정비연합회의 수치보다 낮고, 수입차 업체들은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들은 국내 업체들의 정비 가격을 실제보다 더 높게, 수입차 고객들은 실제보다 더 낮게 인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업계는 이에 따라 수리비 투명화라는 개정법안 취지에 맞게 시간당 공임과 표준정비 시간 모두 각 업체의 '진짜 수치'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표준 정비시간은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작업별, 제작사 모델별로 편차가 나는 점을 고려해 표준 정비시간과 실제 정비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