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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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큰 환호성과 함께 서울 보신각에서 힘차게 울린 제야의 종소리가 다사다난했던 갑오년이 가고 을미년 새해가 왔음을 알렸다.

맹추위 속에서도 새해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은 시민 10만여명(경찰 추산)이 몰려 보신각 주변은 전날 오후 9시께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21.2도까지 떨어졌지만 두꺼운 패딩점퍼와 목도리, 모자로 중무장한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즐거운 표정으로 새해 전야를 만끽했다.

올해 제야의 종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회 각 분야에서 선정된 시민대표 11명, 시의회의장, 시교육감, 서울경찰청장, 종로구청장 등 16명이 울렸다.

특히 도곡역 방화 사건 현장에서 서울메트로 직원을 도와 인명피해를 막은 이창영(75)씨, 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 이귀환(39) 소방장, 모범납세자 청화자원대표 장영자(62·여)씨, 총각네 야채가게 최연소 점장 김윤규(27)씨, 휠체어 농구선수 김철수(28)씨 등이 시민대표로 참여했다.

▲ 2015년 새해 첫날인 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은 타종 후 "여러분, 2014년 한 해 정말 힘드셨죠"라고 시민들에게 물으며 "사건·사고가 많았고 민생도 어려운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박 시장은 "직전에 팽목항을 다녀왔는데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기다리던 세월호 아홉 가족이 있었다"며 "오늘 종을 치면서 이분들이 언젠가는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빌었다"고 말했다.

이어 "을미년은 통합과 화해를 상징하는 양의 해인만큼 어렵더라도 함께 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며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부르는 묵직한 종소리가 울리자 분위기는 고조돼 시민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덕담을 나누거나 새해를 맞는 순간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회사원 문모(25·여)씨는 "2014년이 개인적 어렵진 않았지만 마우나리조트와 세월호 참사 등 큰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며 "2015년에는 사고가 없는 '안타'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참사 없는 '평타'만 쳤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회사원 김남규(28)씨도 "2015년엔 2014년처럼 뉴스에 안 좋은 일이 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회사일은 새해에도 지금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얘기했다.

▲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이 새해를 맞으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부인과 자녀 둘을 데리고 나온 회사원 조모(39)씨는 "2014년에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참 힘들었던 것 같다"며 "2015년엔 올해보다는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타종행사에 나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영호(30)씨는 "을미년 청양해에 태어나는 아기와 와이프가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양띠인 학생 김아리(24·여)씨는 "한 학기 더 휴학할 계획인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알차고 즐겁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타종 전후로는 가수 크라잉넛의 공연과 조명쇼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서울시는 원활한 행사를 위해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 30분까지 보신각 인근 종로·청계천로·무교로·우정국로·남대문로의 교통을 통제하고,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를 우회시켰다.

종로 인근을 지나는 버스와 지하철 막차 시간은 오전 2시까지 연장돼 타종식에 참석한 시민들의 귀가를 도왔다.

경찰은 타종행사장에 70개 중대 5천6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