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최우선 역점과제 '경제활성화' 1순위 꼽아
경제대책, 서민삶에 얼마나 효과있는지 검증 중요
곧 닥칠 '전세없는 월세시대'… 정부만 모르는듯

새해 덕담 인사가 한창이다. 매년 벽두에 인사치레로 건네는 우리사회의 오랜된 정문화이지만 뼈가 있는 덕담들이 유독 눈길을 끌기도 한다. '갑질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갑오년(甲午年)은 갔으니 드라마 주인공 장그래같은 미생(未生)의 을들이 완성을 이뤄 융성하는 을미년(乙未年)을 만듭시다', '새양말(새해가 밝아 순한 양이 오고 거친 말은 사라졌다)' 건배사 등이 그렇다.

돌이켜보면 우리사회는 지난해 너무나도 엄청난 대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세월호 참사도 모자라 후속으로 터진 크고 작은 안전불감증 인명사고, 국가 최고기관인 청와대 내부 문건유출로 대통령까지 언급하고 나선 '찌라시'정보 권력 암투사건, 사상 초유의 헌재 정당해산 결정, 갑질의 정점을 찍은 땅콩리턴 사건까지 역동(?)의 대한민국임을 다시한번 세계 만방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싸움박질로 해를 넘기던 예산안이 실로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국회 여야 합의로 회기내 처리를 하는가하면 경제활성화 핵심법안인 '부동산 3법'이 한발씩 양보하며 극적 타결을 이뤄내는 신기한(?) 일도 경험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나라 전체가 아수라장인 것 같은데 극적 반전드라마처럼 희망의 불씨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양(靑羊)의 해는 떴다. 지나간 일은 과거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11개월 20여일의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다른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이제 경제분야에서는 확실한 시험대에 올랐다. 집권 2년차까지는 역대정권에서 깊게 박힌 못이 미쳐 빠지지 않아서, 외부적 환경에 대응할 시간이 짧아서 등 여러 핑계를 댈 수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가가 해야할 최우선 역점과제로 국민들은 '경제활성화'를 1순위로 꼽는다. 경기도민이 바라는 새해소망 1순위는 '가계부채 부담완화'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정치가 혼란스러울수록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집착하게 마련이다.

때마침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4년동안 81조원, 그것도 국내에 61조원을 시설 및 R&D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업단지에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내 대기업 투자규모로는 최대다. 정부가 지난해 기업소득환류세, 쉽게 말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 대해 시설확충이나 배당,임금 등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나온 조치다. 그래도 내수경기 숨통이 꽉막힌 응급환자에게 긴급처방이나 다름없는 과감한 결단이다.

민간건설업체들도 부동산 3법 통과이후 잇따라 주택 분양 일정을 내놓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방공기업 등이 계획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포함해 30만가구 이상 주택건설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발표했다. 수도권의 경우 투기과열이 우려되는 극히 제한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거의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정작 수요층인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기류다. 분위기만 살려놓고 정부가 후속대책으로 또다시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허약한 체질을 복원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활성화는 대책발표만으로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얼마나 스며들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검증이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세 전환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 대책 위주의 탁상행정은 공허한 메아리다. 우리나라도 전세없는 월세시대로 완전 돌아설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만 이걸 모르는게 아닌가 싶다. 현장에 답이 있다.

/김성규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