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없는데 건축허가
외벽 단열재 '스티로폼' 사용
불 번지는데 대피방송 안해
좁은 진입로, 불법 주차까지
소방차 늦어 초기대응 실패

12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은 소방당국의 초기대응 실패와 느슨한 건축 규정 등이 뒤얽힌 전형적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지점인 오토바이에서 왜 불이 났는지부터 불이 난 아파트에 시공상 규정을 어기고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가 쓰여졌는지까지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원인규명 주력

경찰은 사고 이틀째인 11일 의정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화재 직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봉그린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해 불이 나기 전에 아파트 주민이 1층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 불이 나는 장면을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오토바이나 주변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없어 방화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오토바이 소유주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였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토바이 배선상 문제 등 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오토바이를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으며 12일에는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불이 난 건물에 시공상 결함이 있는 건축자재 등이 사용됐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 피해 왜 커졌나

이날 불은 어설픈 규제완화가 피해를 키웠다. 이번에 화재 피해가 집중된 아파트 3개동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류된다.

이들 아파트는 2009년 이명박정부 시절에 서민주거대책의 일환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각종 건축규제가 완화됐지만 화재에는 너무 취약했다.

건축 층수 15층 이하, 연면적 3천㎡ 미만의 건축물은 스프링클러와 방염처리된 건축마감재를 안 써도 건축허가가 났다. 또한 건물사이의 간격도 50㎝ 이상만 떨어지면 됐다.

실제 확인한 결과,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은 이같은 기준을 적용받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방염처리되지 않은 마감자재를 건물 외벽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라는 공법을 사용해 외벽 단열재로 스티로폼을 썼다.

이처럼 완화된 건축규제를 적용해 지은 건물에서 불이 나자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외벽을 타고 1.5m 떨어진 인근 아파트로 확산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졌다. 또한 불이 난 건물에 대피방송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뒤늦게 불이 난 사실을 알게되면서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

초기진화 실패도 피해를 키웠다. 불은 오전 9시15분께 오토바이에서 시작됐다. 이어 5분여 만에 다른 오토바이와 차량들로 옮겨붙었고 삽시간에 인근 아파트로 불길이 확산됐다.

소방당국에는 오전 9시 27분께 최초 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했으나 불이 난 아파트까지 연결된 도로폭이 5~6m에 불과해 소방차 1대도 지나가기 빠듯할 정도로 비좁았다.

더욱이 도로에 개구리 불법주차까지 돼 있어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고 후 17분이 지난 오전 9시33분께 현장에 도착하면서 초기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재훈·권준우·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