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 외투기업만 혜택
해외경쟁社 유치 고육지책
땅·자금 있어도 '규모제한'
공장증설도 수정법에 막혀
33년간 눈앞서 '이익' 놓쳐


해묵은 수도권 규제가 올해에는 '단두대(기요틴)'에 오를 수 있을까.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원흉으로 지목되면서도 '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요지부동이던 수도권 규제 개혁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해결을 올해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경제가 최우선이라면서도 정작 경제활동을 옥죄는 걸림돌은 외면하는 현실, 경인일보는 33년 묵은 수도권 규제의 폐해와 왜 이 '암덩어리'가 단두대에 올려져야 하는지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오랜 전통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매출 2천400억원에 이르는 대표적 장(醬)류 생산업체 S사.

지난 1981년 서울에서 이천시 호법면으로 옮겨온 후 꾸준한 성장을 이뤄온 이 회사가 최근 수년째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상은 시장이 아니라 바로 제도다.

이 회사는 30여년 전에 세워진 3만453㎡ 규모(부지규모 6만3천15㎡)의 공장으로 도저히 물량을 맞출 수 없어, 지난 2008년부터 3배 가량 공장 증설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땅이 없어서도, 투자 자금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이유는 단지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수정법상 '자연보전 권역'으로 분류된 이천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 규모가 6만㎡ 이내로 제한돼 있는데 이 회사 이천공장의 전체 면적은 이미 허용치를 넘은 상태다. 수정법 제정 이전에 설립돼 그나마 일부 증설이 허용돼 있다지만 고작 1천㎡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8년 중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계획한 1천1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과 120여명의 신규 고용 계획은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다.

인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가장 큰 매력은 2천만명의 배후시장을 가진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조성원가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런데 이런 혜택은 오직 '외국인 투자 기업'에만 주어진다.

국내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외국기업 지분 10%를 확보해야 하고, 법인세 등 각종 세제감면 혜택도 외투기업에만 해당된다.

실제 국내 4대 금융업체 중 하나로 손꼽히는 A그룹은 지난 2012년 인천경제청 등과 경제자유구역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 그룹이 '외투 법인'을 설립해 인천경제청 등과 정식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4년이다. 외국인 투자 지분을 확보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린 것이다.

인천경제청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동종업계에서 때론 경쟁해야할 해외업체와 손을 잡아야 하는 이상한 구조가 됐다"며 "특히 이런 식으로 참여하는 외국인 지분은 위험부담 없이 이익만 가져가는 구조라 무늬만 외투기업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나마 외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대기업은 경제자유구역에 진출할 방법이 없다. 바로 수도권 규제 때문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며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을 수도권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현준·김민욱·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