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가 '아파트 화재사건' 피해자의 치료비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밝힌 지 4일만에 일부 피해자만 지급보증한다고 번복하면서 80여명의 부상자들이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볼모'로 잡힌 신세가 됐다.

병원측은 이들에 대해 시가 치료비 지급보증을 하거나 치료비 전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퇴원 수속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화재발생 당일인 지난 10일과 11일 두차례에 걸쳐 "화재사고 피해자들의 치료비 전액을 시가 보증서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부상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을 준비했다.

그러나 시가 13일 오전 돌연 피해자들이 입원한 13개 병원에 "모든 부상자에 대해 치료비를 지급보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시는 당초 긴급복지지원법과 경기도 무한돌봄사업비를 활용해 부상자 치료비를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현행법상 긴급의료비 지원대상이 되는 피해 주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계획을 번복한 것이다.

현재 긴급복지지원법에 의한 의료비 지원대상 기준은 월소득 74만원·총재산 8천500만원·금융재산 500만원 이하이며, 무한돌봄사업비 긴급의료비지원대상 기준은 월소득 125만원·총재산 1억5천만원·금융재산 500만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같은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벗어나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의정부시가 입장을 바꾸면서 부상자들과 병원간에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날 의정부 성모병원에 입원했던 부상자 4명은 "치료비를 지급해야 퇴원할 수 있다"는 병원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퇴원을 하지 못했다.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치료를 계속받기 위해서는 병원비 중간정산 또는 지급보증을 개별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이미 퇴원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병원측이 치료비를 별도로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들은 "어제까지 병원에서 그냥 퇴원했는데 갑자기 치료비를 요구하며 퇴원시키지 않는다"며 "치료비를 지급보증한다는 시장 말만 믿고 있었는데 몹시 당혹스럽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시는 처음부터 관련법에 따라 치료비를 지급보증하겠다는 의도였다며 발뺌을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긴급회의를 통해 피해주민의 입장을 반영하겠지만 아직까지 치료비 지급보증대상 기준이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재훈·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