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한 원룸 관리업체 대표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입자의 집 현관문을 못으로 박아 감금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현관문 폐쇄로 오도가도 못한 세입자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경찰에 신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한 원룸에 사는 김모(29)씨는 지난달 31일 아버지(63)와 함께 의정부에 갔다 오전 6시에 집에 도착해 잠이들었다. 전날 마신 술로 깊은 잠이 들었던 김씨 부자는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까맣게 몰랐다.

이날 오후 8시께 잠에서 깬 김씨는 아버지의 약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서려고 했지만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10여분간 출입문과 씨름을 하던 김씨는 누군가 밖에서 문을 막았다고 판단,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경찰도 문을 열지 못했고, 김씨는 오후 9시6분께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김씨 부자가 집에 갇힌 이유는 밀린 월세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100여만원의 월세를 내지 못했다. 관리업체의 독촉이 이어졌지만 돈을 마련할 방법은 없었고 관리업체에 조금만 연기해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관리업체는 냉정했다. 업체측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김씨에게 '통화가 계속 안되면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긴 채 이날 현관문을 못으로 박아 폐쇄해 버렸다.

김씨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집에 있는데 문을 폐쇄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며 "경찰이 돌아간 후에 관리업체 대표가 현관문을 발로 차며 욕설까지 했다"고 성토했다.

안산상록경찰서는 감금 혐의로 관리업체 대표 신모씨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는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해도 받지않고 집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집안에 없는 줄 알고 폐쇄했다고 진술했다"며 "명도소송을 통한 퇴거명령 등 합법적 방법이 있는데도 출입문까지 폐쇄해 사람을 가둔 사건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경찰 조사중이기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규·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