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면적 제한에 '이천 → 인천' 수도권내 옮기는 코미디
공항 자유무역지, 국내 대기업 제조공장 불허 '역차별'도

반도체 패키징(외부 충격에 견디도록 포장하는 과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이천의 스태츠칩팩코리아. 2013년 기준 연매출 7천억원, 직원 2천500명에 이른 탄탄한 중견기업이지만 이 회사도 수도권 규제라는 암(癌)덩어리의 '전이'는 피할 수 없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천에 있던 공장 임차기간 만료를 4년 정도 앞둔 지난 2011년 이천 인근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에 공장을 빌려줬던 하이닉스 반도체(현 SK 하이닉스)가 자체 생산라인 증설 등을 이유로 임대기간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조로울 것 같던 이전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공장 신·증설을 제한하는 수도권 규제 때문으로, 이천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공장 부지 면적이 최대 1천㎡에 불과해 기존에 운용하던 공장 면적(2만9천622㎡)의 고작 3.4% 수준이었던 것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고심 끝에 같은 '수도권'인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을 선택했고, 공장 신축이 완료되면 오는 6월 이전할 계획이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막는다며 30년 넘게 규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선 수도권 기업을 같은 수도권으로 내모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이지만, 그나마 스태츠칩팩코리아의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으로의 이전이 가능했던 건 싱가포르 모기업이 100% 투자한 외국인투자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천 현대오토넷과 팬택앤큐리텔 등은 비수도권으로 공장을 옮겼다.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와 물류, 유통, 무역활동 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하는 지역으로, 입주 기업은 관세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따른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규제'가 적용돼 국내 대기업의 제조공장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투기업인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유일한 제조업체인데 수도권 규제가 국내 대기업에 역차별까지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가능한 대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유무역지역은 '자유로운 제조'가 가능한 지역이라고 법으로 명시돼 있는데,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이라며 "공항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공항 자유무역지역에 국내 대기업의 제조공장 설치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준·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