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가운데), 나성린 수석부의장(오른쪽), 강석훈 부의장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말정산 관련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새누리당이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비난이 쏟아진 현행 세법을 개정하면서 이를 올해 연말정산에도 적용키로 한 것은 소급입법(遡及立法) 행위다.

소급입법이란 법을 만들면서 그 효력이 시간을 거슬러 적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 제13조는 1항에서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형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어 2항에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참정권과 재산권에 대해서도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헌법 정신에 따라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는 소급입법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역대 정부에서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소급입법 사례는 드물게 있었다.

가까운 예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인사들을 처벌하려고 만들어진 '5·18 특별법'이 있다. 해방 직후 친일부역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민족처벌법', 4·19 혁명과 5·16 쿠데타 당시의 부정축재처리법 등도 소급입법사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불이익을 주는 소급입법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만큼 '비상적 상황'에만 매우 예외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가운데), 나성린 수석부의장(오른쪽), 강석훈 부의장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말정산 관련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당정 협의대로 세법 재개정이 이뤄지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이익을 주는 소급입법'에 해당해 허용되며, 이런 사례는 여러 법률에서 부칙 개정 등으로 종종 이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일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관련해 카드 사용액의 인정 기간을 법 개정 시점 이전인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까지 소급하도록 해 한때 소급입법 관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을 골자로 한 '4·1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조특법을 통해 법 시행일이 아닌 대책 발표일로 소급해 감면된 세액을 적용토록 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당정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는 소급은 헌법상 금지됐지만, 권리나 이익을 주는 소급은 거기에 해당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악화한 여론에 떠밀려 이미 현행법에 따른 연말정산으로 세액이 확정된 것을 되돌리겠다는 것인 만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시급해도 (소급입법은) 불가피하지 않으면 하면 안 된다"며 "이런 예들이 자주 등장할수록 우리 조세 제도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선 주호영 의장도 "(국가에) 확정 귀속된 소득을 (납세자에) 돌려주는 건 예가 많지 않고, 절차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