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을 구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용현 부장판사)는 23일 "피고인들이 이적표현물을소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박모(54.여)씨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새시대교육운동은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며 검찰이 핵심적으로 주장한 이적단체 구성, 이적동조 혐의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새시대교육운동의 전신이 이적단체임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다량의 증거는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법정 진술에 의해 증명되지 않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사의 지위에서 북한의 선군정치와 주체사상 등 내용을 담은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 수업이나 각종 활동에서 아직 비판적 사고가 확립되지않은 초등학생들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서 박씨에 대해 징역 6년에 자격정지 6년, 나머지 교사 3명에 대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적성을 띠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세력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이 2001년 9월 '군자산의 약속'을 결의한 뒤 박씨 등이 교육부문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새시대교육운동이 북한 사회주의 교육 철학이나 주체사상이 제시하는 노동계급의 혁명, 민족해방 등을 강령과 노선으로 삼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박씨 등이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전교조의 공식행사로 정부 허가를 받아 이뤄진 것이며 이적활동과 관련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은 지난 2008년 1월 초 경북 영주에서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하고 이듬해 5월까지 예비교사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강의를 진행한 혐의로 2013년 2월 기소됐다.
이들은 '조선의 력사' 등 북한 원전을 소지하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발췌본을 작성해 내부 학습자료로 배포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과 자필 메모 등 2천500여건의 증거를 제출했지만 피고인이 기재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다"며 "일주일 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판례를 따른 것이지만 이런 식의 증거 판단이 과연 맞는지 고민을 해보게 된다"고 "(관련 법 개정을 위한) 입법 건의를 조만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선고된 이적단체 '6·15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청년모임 소풍'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도 "단체 구성 혐의를 면소 판결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