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택시 타면 시계외할증
시민들 "바가지 쓰는 기분"
불편해도 인천택시 기다려
"개선책 마련" 목소리 커져
"차로 1분이면 인천시내에 들어서는 데 할증료를 내야하니 송내역에서 택시를 탈 때는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 드네요."
지난 23일 밤 10시께 경기도 부천시 경인전철 송내(남부)역 앞 택시승강장. 10여대의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인천 방향으로 가려는 시민들은 대기중인 택시를 외면한 채 승강장과 5분 이상 떨어진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승강장에 대기중인 것은 부천택시이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상 부천시 송내동인 송내(남부역)에서는 인천택시가 빈차로 승강장에서 대기하거나 승객을 태울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시는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으로 분류돼 행정구역 별로 나눠진 사업구역 내에서 영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택시 기사가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때문에 송내(남부역) 택시승강장에서 부천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이동할 경우 시계외할증 요금(20% 추가)을 내야 한다.
시계외할증 요금을 내지 않으려면 택시승강장에서 승객을 내려준 인천택시를 기다려야 한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김서준(32·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씨는 "부천 택시를 타면 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인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부천 택시기사에게 인천으로 가자고 하면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차라리 승강장에 손님을 내려준 인천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에서는 송내남부역과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계양역은 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해 있지만, 공항철도를 타고온 뒤 김포와 부천으로 가려는 시민들이 많은 곳이다.
송내(남부역)와는 반대로 김포와 부천으로 가려는 시민들은 택시승강장에 대기중인 인천택시를 외면하고, 대신 경기도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송내(남부)역에는 부천택시가, 계양역에는 인천택시가 승강장에 대기하는 방식의 택시영업은 택시기사들의 영업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는 만큼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시에 접수되는 택시 민원의 30%가 타 시·도 택시이용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지자체에서 (인천택시의 불법행위)단속을 하는 것이 맞지만 시민들의 편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계양구와 부천시 등은 인천시와 경기도가 협약을 맺고, 송내(남부)역과 계양역 등 경계구역에서 양 지역 택시가 모두 영업할 수 있는 '택시 공동 사업구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공동 사업구역으로 지정되려면 두 지역 택시 업계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부천시와 협의를 진행해 택시 업계를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