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근대건축물 철거 잇단요구
"역사환경 훼손·난개발 피해" 팽팽
이분법적 시각아닌 상생방안 절실
인천시 지정문화재 주변지역의 건설공사 제한 등 지정문화재 관련 규제를 풀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역사 문화 환경 보존과 개인 재산권 침해를 놓고 인천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인천 중구 주민들로 구성된 한 단체가 개항장 문화지구 주변 근대 건축물들에 대한 문화재 지정 해제와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시 지정문화재 절반 이상이 몰린 강화군에서도 문화재 관련 규제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안영수(새·강화) 시의원은 지난해 말 지정문화재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천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문화재보호조례에 따라 시 지정문화재 반경 500m(도심지역 200m) 이내 범위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보존지역 내에서 신축·증축 등 건설공사를 하려면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상변경 허가를 얻은 경우에도 문화재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 높이 등이 제한된다.
중구 근대건축문화재 주변에 건물이나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일본 제58은행 인천지점(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9호) 인근 2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김모(70·여)씨는 "중구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상가도 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항장 일대가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주민들 소득은 크게 나아지질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용 기준 조정 용역'을 오는 4월 완료해 지정문화재 40곳의 보존지역 범위를 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시는 건축물·비석·묘지 등은 100m(강화와 옹진 200m) 이내, 산성·돈대·고인돌군은 300m 이내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시 문화재위원회에 내놓았다.
그러나 시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해 조정 범위를 다시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시는 중구 개항장 일대의 고도 제한 완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문화재 주변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도 크다.
무리한 규제 완화로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중구, 강화군과 같은 문화재 밀집지역의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영배(인천시 문화재위원) 인천대 명예교수는 "문화재 주변 규제 완화로 인한 난개발 등의 피해가 결국 다수의 시민에게 돌아간다"며 "중구 개항장과 강화도 등 인천만이 가진 고유의 문화유산들이 인천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감안해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중구 아트플랫폼 인근에서 갤러리 '지오'를 운영하는 고진오 관장은 "문화재 보존도, 문화재 인근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도 모두 중요하다"며 "서울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처럼 문화재를 보존하면서도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인천시의 전략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