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한 돼지를 불법매립하다 적발(경인일보 1월 27일자 23면 보도)된 용인의 한 돼지농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용인시가 돼지 불법매립 신고 당시 늑장대처해 구제역 확산을 자초했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위치도 참조

시는 특히 구제역 확진 판정 이후에도 해당 농장 입구만 통제할 뿐 인근 차량 이동제한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도 취하지 않아 또다시 초동대처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용인시는 지난달 29일 처인구 백암면 백봉리 B농장(사육 규모 4천900여마리)으로부터 ‘구제역 의심 증상으로 새끼돼지 12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시는 간이 키트로 조사한 결과 폐사한 돼지들이 구제역 양성반응을 보이자 이 돼지들과 같은 사육장에 있거나 입에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난 돼지 127마리를 살처분해 FRP통(직경 2m)에 담아 매립했다.

B농장은 폐사한 돼지를 불법매립한 G농장과 20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B농장에서 구제역이 발병하기 1주일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G농장 인근에)폐사한 돼지가 불법매립돼 있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랐지만, 시는 나흘 뒤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뒷북행정을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시는 구제역 확진 판정 이후에도 제대로 된 안전조치는 물론 B농장 주변 농로에 대한 출입 통제조차 하지 않았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는 구제역 발원지 반경 500m를 출입 통제하고 농가 이동제한 등 조치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는 B농장 입구에만 통제초소를 설치했을 뿐 500m 이내에 위치한 농장 3곳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았다.

인근 H농장 관계자는 “구제역이 또다시 발병하다니 충격”이라며 “구제역 의심신고 첫날 공무원들이 나온 것은 봤지만, 이후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4개 농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3곳이나 된다”고 털어놨다.

복수의 시 관계자는 “돼지를 불법매립한 G농장에서는 구제역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이번 구제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발원지 반경 3㎞까지 방역 및 통제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3주간 임상확인을 하는 등 확산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은 이번에 폐사한 새끼돼지 시료를 분석해 구제역 확진판정을 내렸다. 최근에만 용인지역에서 5번째 구제역이 발생했다.

/홍정표·강영훈·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