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5층짜리 원룸 건물 1층에서 불이 나 1층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던 허모(41) 씨가 숨진 화재 현장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임열수기자
경기불황으로 월세조차 마련하지 못 하거나 계약문제로 갈등을 빚는 자영업자들이 홧김에 저지른 충동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4일 오전 11시35분께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5층짜리 상가 주택 1층 인테리어 가게에서 점주 허모(41) 씨가 불에 타 숨졌다. 비극의 시작은 임대료 미납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허씨는 이 가게를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70만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월세를 최근 수 개월째 내지 못했다. 결국 허씨는 집주인 정모(60·여) 씨와 4일까지 가게를 비우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허씨는 이사 날짜를 3일만 연기해 줄 것을 집주인에게 요구하며 말 다툼을 벌이다 화를 참지 못하고 가게 내부에 있던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끼얹었다. 

흥분한 허 씨를 옆에 있던 후배 이모(32) 씨가 진정시켰지만, 허씨는 담뱃불을 붙이려다 실수로 몸에 불이 옮겨붙어 숨졌다. 이 사고로 불이 나 당시 상가 주택에 있던 홍모(65) 씨 등 6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일 양주시 만송동에서 발생한 마트 화재사건도 전세금 반환을 놓고 다투다 벌어진 충동 범죄로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뻔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서 보증금 5천만원, 월세 700만원에 대형 식당을 계약한 임차인 이모(51) 씨는 수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결국 법원의 명도집행을 당하자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주인 정모(62) 씨를 흉기로 찔렀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발생하는 충동적인 범죄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은 범죄는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래·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