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일명 ‘세림이법’)이 개정·시행되고 있지만 인력 고용이나 차량을 교체해야 하는 영세 학원과 유치원 등은 비용부담 때문에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원은 수강료를 올리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등 결국 학부모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법에 따라 지난달 29일부터 모든 어린이(13세 미만) 통학차량은 반드시 차량을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경광등, 발판, 어린이용 안전띠를 설치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또한 보호자가 반드시 탑승해 어린이들의 승하차를 도와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영세 학원과 유치원들은 차량 개조와 동승 보호자 고용에 드는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5일 오후 인천 남구의 한 학원 앞에 정차해 있는 45인승의 대형 버스. ‘어린이 통학차량’이라는 스티커만 창문에 붙어 있을 뿐 노란색 도색이나 뒷면에 달려 있어야 할 경광등도 없다. 비슷한 시각 한 태권도학원 버스 역시 흰색 바탕에 ‘OO태권도’라는 스티커만 붙인 채 운행되고 있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의 한 갓길에 선 학원 통학차량에서는 남자 어린이 한 명이 동승 보호자 없이 차에서 내렸다. 아직 이 차량에는 동승 보호자가 탑승하지 않은 탓이다. 이 학원 관계자들은 모두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껴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천의 한 태권도 학원장 김모(41)씨는 “차에 보호장비를 설치하는데 200만~400만원이 드는데 영세 학원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게다가 동승보호자를 채용하려면 못해도 월 70여만원이 추가로 들어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될 때까지는 버티고, 마지막은 수강료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는 홍보·계도기간인 만큼 아직 법 준수차량은 많지 않다”며 “영세 사업자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계도 기간을 길게 뒀지만 이후에는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인천지역에 어린이 통학용으로 신고한 차량은 인천 1천998대, 경기 2천70대에 불과하다.
/윤설아·조윤영기자